체중감량 성공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다이어터들은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필자뿐 아니라 모든 비만치료 전문가들은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고 강조한다. 칼로리 소비량을 늘리고 섭취량은 줄이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방흡입을 상담하기 위해 내원한 의료소비자들에게도 이는 똑같이 말해주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일부 다이어터들은 대장정을 조금이나마 단축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개중에는 실제 체중감량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건강한 방법도 있지만, 무모하거나 극단적인 방법으로 건강을 해치는 방법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사용을 들 수 있다. 최근 국내서 ‘몸 만들기’가 대중화되며 스테로이드 등 약물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근육을 키우려는 남성 다이어터 중에는 약물의 유혹에 흔들리기도 한다.
테로이드는 무조건 나쁜 성분이 아니다. 스테로이드는 일종의 호르몬으로 누구나 갖고 있으며 본래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도우며,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는 등 이로운 작용을 많이 한다.
하지만 피트니스 업계에서 회자되는 스테로이드는 통상 ‘아나볼릭-안드로게닉 스테로이드’를 의미한다. 소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불리는 약물이다. 이는 단백동화(同化) 작용으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빠르게 근육을 만들고 근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빠르게 몸을 만들 수 있다보니 지방 없이 근육으로 가득찬 굵은 팔뚝, 허벅지를 만들어낸다.
이뿐 아니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운동 집중력과 에너지 대사를 향상시키고, 강한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만큼 스포츠계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를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문제는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다이어트나 몸매관리 목적으로 이를 남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스테로이드는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한 약물이며, 그나마도 특수한 상황에서 신중히 써야 한다. 일반인들이 운동 시 복용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병원이 아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 만큼 효과와 부작용을 가늠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특히 최근에는 단백질 보충제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주사나 경구약이 아닌 식품에까지 이를 섞은 것이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해외 직구 단백질보충제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누구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결국 통관이 금지됐지만, 이미 복용한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스테로이드를 섭취하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스테로이드는 몸을 키워주기만 할뿐 아니라, 과다섭취 시 부작용을 동반한다. 대표적으로 여드름, 탈모, 우울증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간, 신장 등 장기 손상, 정상적인 남성호르몬 분비가 억제한다. 이때 남성은 성기능 장애를 겪게 된다. 여성이 남용할 경우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며 불임 및 심각한 남성화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단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아니라도 다이어트에 대한 열정을 악용하는 사례는 점점 증가세다.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성분을 앞세워 체중감량을 빠르게 돕는 마법의 물질처럼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제품을 섭취하면 여성들이 많이 고민하는 허벅지 등 하체비만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된다고 하거나, 복부가 납작해진다고 현혹하는 제품이 매일 쏟아진다. 하지만 특정 식품을 섭취한다고 해서 부분비만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효과가 검증된 방법은 직접 지방 세포를 빼내는 방법이 유일하다.
결국 이같은 약물이나 특정 식품에 의존할 경우, 다이어트 지름길을 찾으려다 오히려 건강만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교과서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다이어트 성공의 핵심은 ‘정석적인 방법’인 소식과 운동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평소 내가 자주 먹는 음식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체크해 보고,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부터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으로 체중감량에 나서보자. 가공식품 대신 자연식으로 대체하고, 저녁식사량부터 줄이면서 위를 적응시켜나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 같은 다이어트를 하면서, 부분적으로 개선이 어려운 부위는 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다이어트의 정석은 ‘장기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아름다운 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