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정부·여당을 향해 "환상에 도취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중진 의원 비공개 연석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김은혜 통합당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환상에서 빠져나와 미래로 나가야 한다"며 "(통합당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 개발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막대한 정부 예산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계기로 투입되고 있는데, 금융에 의존하는 경제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 선이면 국제사회 신인도가 추락하고 국가신용등급 하락도 불가피하다"며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통합당이 노력하겠지만, 국민 여러분께도 반드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변화"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삭제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중진 의원들이 우려의 뜻을 밝혔고, 김 위원장도 "보수라는 가치를 폄하하고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 가치를 지켜야 하지만 혁신적인 생각을 갖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추적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 제안은 경제혁신위가 논의하기로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우리나라 권력의 균형추가 무너지다시피 했다"며 "앞으로 남은 1년여 기간 동안 제대로 준비를 잘해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지 많은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선 이후 당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인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제반 여건이 어떻게 될 것이냐 등을 생각해 비대위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