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재벌 개혁' 법안으로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임,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 도입 시 의결권 완화 등이 주 내용이다. 상법개정안은 앞서 2013년 8월 법무부가 개정을 추진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법무부는 10일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등 법령을 정비한 상법개정안을 11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다.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입힌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전체 주식의 100분의1 이상, 상장회사는 1만분의1 이상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소주 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논의돼왔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재계에선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시 기업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노리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내용도 추가한다.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해석상 혼란을 빚어온 '3% 룰'도 정비한다. 상장회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해 3%, 일반 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일원화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최대주주와 나머지 주주, 2조원 이상의 상장사와 나머지 상장사를 구분해 취급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별은 합리적 이유가 없어 폐지한다는 게 법무부 측의 설명이다.
또 기업들의 전자투표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는 경우 감사 선임 등과 관련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감사위원회 위원 및 감사 선임 시, 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이들이 보유한 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의 수로 의결이 이뤄졌다. 개정안은 이같은 조건을 완화해 전자투표를 도입한 회사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낮출 예정이다.
배당기준일 관련 규정도 탄력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현행 법에선 배당기준일이 사실상 직전영업연도 말일로 전제돼 있는데, 이로 인해 3월 말에 주주총회가 몰려 불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법무부 측의 얘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12월 결산 회사가 정기주주총회를 4~5월까지 분산해 열도록 해 실무 현장에서 혼란을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