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의 매’가 가능했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이 민법에 명문화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10일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아예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9살 아동이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목숨을 잃거나 계부와 친모가 10살 딸을 프라이펜으로 지져 화상을 입히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동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체벌을 원천 봉쇄해 아동 인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법에 명기된 ‘징계권’은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해왔다. 물론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과 정도에 의한 것으로 해석됐으며,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징계권 조항이 마치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법이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실제 법무부가 출생?가족?양육 분야의 학계 전문가 10인으로 구성한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지난 4월 이 조항을 삭제하고 ‘훈육’으로 대체하는 한편, 체벌금지를 명확하게 명문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오는 12일 세이브더칠드런, 사단법인 두루,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아동·청소년 인권 관련 기관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 이후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민법 개정법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민법 개정으로 아동학대 가해 부모 등에 대한 법적 처벌은 달라지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징계권을 마치 처벌권처럼 아동학대의 핑계로 악용해 온 일부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부모·자녀 등의 기존적인 관계를 규정하는>> 일반법인 민법에서 자녀 체벌을 금지한다는 선언적 의미”라며 “지금도 아동학대 가해자는 민법상 친권 상실 선고 등의 판단 기준이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