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추도식서 냉랭했던 두 아들…서로 눈길도 안 마주쳤다

입력 2020-06-10 11:07
수정 2020-06-10 14:34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여성 운동가인 이희호 여사의 1주기 추도식이 10일 국립현충원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최근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나란히 추도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참여인원이 제한되면서 김부겸 전 의원은 행사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주최 측은 "이낙연 의원은 미리 참여신청을 했고 김 전 의원은 참여신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전 의원이라 행사장 입장을 막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모든 행사가 끝난 이후 이 여사 묘소에 따로 참배했다.

추도식에는 최근 유산 다툼 사실이 알려진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삼남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도 유족 자격으로 참석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자리에 앉았지만 행사 내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최근 강압 수사 의혹으로 재조사 주장이 일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전 8시 쯤 미리 왔다가 돌아갔다고 한다.

이날 추도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권노갑 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장,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추도사를 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추도사를 통해 "이희호 여사께서 제가 정치를 시작할 때 국민이 필요한 곳에 있어달라고 당부하셨다. 정치권에 몸담으면서 그 가르침을 잊은 적이 없다"면서 "이 여사의 헌신적인 내조가 있었기에 김대중 대통령의 성공이 가능했다. 강건하며 온유하셨던 여사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여사님 영전 앞에서 다짐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 여사님의 뜻을 잊지 않겠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 여사님께서 꿈꾸셨던 평화통일 위해 담대하게 나가겠다"고 했다.

권노갑 이사장은 "이 여사님은 평생 가난하고 어려운 청소년, 농민, 장애인을 위해 헌신하셨다"면서 "보수 인사들도 그런 이 여사님을 존경한다. 여사님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인재근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 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당신의 지혜를 빌리곤 했다"면서 "여사께선 여성 인권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그 시기부터 여성 목소리를 대변하셨다. 덕분에 한국의 여성 인권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여사께서는 늘 소외계층의 친구셨다"면서 "여성인권, 소외계층, 한반도 평화 등 가야할 길 멀다. 당신께서 남긴 지혜와 용기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겠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