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가 북미지역 신규 채용 인원 중 30% 이상을 흑인과 히스패닉으로 채우겠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주요 경영진 가운데 흑인은 한 명도 없다'는 내부 비판이 잇따르자 내놓은 대책이다.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주간의 사건은 우리 모두가 인종 차별을 유지하는 문화적, 제도적 힘에 맞서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지난 2주간의 사건'은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이로 인해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뜻한다.
로스테드는 "우리는 흑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침묵하는 시스템에 대해 반성해야 했다"며 "경력을 쌓는 데 있어서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을 만들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디다스는 앞으로 4년간 흑인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2000만달러를 기부할 계획이다.
앞서 아디다스 직원들은 인종차별적인 기업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디다스의 경영진 6명과 이사진 16명에는 흑인이 한 명도 없다는 지적이다. 아디다스는 현재 전체 임직원 가운데 흑인 비중이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디다스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용품업체 언더아머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도 흑인 채용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패트릭 프리스크 언더아머 CEO는 "흑인 사회가 사회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대해 분노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책임 의식을 느꼈다"며 "흑인 임직원과 운동선수, 소비자, 지역 사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 시장에 대한 흑인 사회의 불만이 터져나온 까닭은 지난주 발표된 미 실업률 통계와도 무관치 않다. 미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 실업률은 20%대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3.3%로 감소했다. 인종별로 살펴보면 백인 실업률은 4월 14.2%에서 5월 12.4%로 1.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흑인 실업률은 16.7%에서 16.8%로 0.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