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4월까지 나라살림 적자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 지출은 급증한 반면 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세수는 확 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 규모는 매달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지난 1~4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3조3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월별 재정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국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56조6000억원 적자로 최대였다. 종전 최대였던 지난해 1~4월(38조8000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45% 넘게 커졌다. 누적되는 재정적자로 4월 말 중앙정부 채무도 746조3000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말에 비해 47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보다 세수가 줄면서 재정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국세수입은 10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7000억원 줄었다. 올해 세수 전망치 대비 징수액을 나타내는 국세수입 진도율은 4월 말까지 34.6%로 작년 4월(37.3%)보다 2.7%포인트 낮다. 올해 1~4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조2000억원, 3조7000억원 덜 걷혀서다.
반면 올 1~4월 총지출은 20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재정 건전성이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법인·부가稅 등 4개월간 8.7兆 덜 걷혀…지출은 폭증, '최악의 세수가뭄' 우려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세 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정부 지출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활동이 위축돼 세금이 정상적으로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확장 재정을 밀어붙인 결과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6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00조7000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조7000억원 줄었다. 세금 중에서도 특히 기업들의 법인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다. 올해 1~4월 법인세 수입은 21조7000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 24조9000억원에 비해 3조2000억원 적다.
4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법인세 수입은 6조4000억원으로, 작년 4월보다 3조7000억원 많았지만 이는 3월에 신고한 법인세 분납분의 납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3월 31일에 신고하고 4월 말까지 분납분을 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작년은 3월 31일이 일요일이라 납기가 5월 초였다. 올해는 법인세 분납분이 4월 세수에 잡힌 데 비해 작년에는 상당수가 5월 세수로 잡혔던 것이다. 이 같은 기저효과로 올해 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가파른 법인세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법인세에 직접 반영되기 전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업연도 마감 후 3개월 안에 결산하고 법인세를 납부한다. 지금의 세수 감소는 작년 경영활동의 결과로 봐야 한다. 지난 2월 본격화한 코로나19 위기가 법인세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3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납부가 시작되는 6월부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 들어 4월까지 부가가치세는 29조5000억원 걷혔다. 전년 동기 대비 3조7000억원 적다. 교통세 수입은 3조7000억원으로 9000억원 줄었다. 기재부는 “부가세와 교통세는 납부 기한을 연장해준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소득세는 작년에 비해 2조6000억원 증가한 28조8000억원이 국세수입으로 잡혔다. 소득세 증가를 견인한 것은 양도소득세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부동산 거래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지출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1~4월 정부의 총지출은 209조7000억원이었다. 작년 4월까지 196조7000억원을 썼던 것에 비해 지출이 13조원 늘었다. 국민연금 등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국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6조6000억원 적자로 최대였다.
이 같은 불균형으로 인해 중앙정부 채무도 증가 추세다. 작년 말 699조원이었던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 4월 말 746조3000억원으로 47조3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1년간 증가폭(47조2000억원)을 4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정인설/강진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