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外 통화정책 수단 확대"

입력 2020-06-09 17:28
수정 2020-06-10 01:37
한국은행이 통화정책·금융안정정책 수단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양적 완화 등 이른바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관한 연구 및 도입 검토 작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또 금융안정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검사권 확보 작업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달 12일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장기 발전 전략인 ‘한국은행(BOK) 2030’을 9일 발표했다. 한은은 BOK 2030에서 4대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각각의 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16개 전략과제를 확정했다.


새로운 통화정책 연구 본격 착수

4대 전략목표 중 ‘정책영역 확대 및 정책수단 확충’이 특히 금융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정책 수단을 개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낮췄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별로 없는 만큼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통화정책 연구에 본격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준금리 이외의 정책 수단을 적절히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이 검토하는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은 대표적으로 양적 완화가 꼽힌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정책을 뜻한다. 한은은 올 들어 3조원어치 국채를 매입한 데 이어 추가 매입도 검토하는 등 사실상의 양적 완화 채비에 나섰다.

한국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 선제 안내)’와 ‘장기금리 목표 유지 정책(YCC)’도 연구하고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통화신용정책 방향을 미리 알리는 것이다. 양적 완화 추진 과정에서 국채 매입을 늘리거나 줄일 때, 기준금리를 내리기 직전에 중앙은행이 충분히 예고해 시장 충격을 줄이는 제도다.

장기금리 목표 유지 정책은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 유통금리의 상·하한선을 정한 뒤 국채를 사고팔아 인위적으로 유통금리를 목표 수준에서 유지하는 정책이다. 장기금리를 끌어내려 기업·가계의 장기 차입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활용된다.

물가안정 목표제 손질하나

한은은 중장기 발전 전략에 통화정책의 근간인 물가안정목표제를 손보는 내용을 포함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중장기 물가상승률 목표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게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면서 물가안정목표제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교육방송(EBS)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과연 현실에 적합한 것인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독검사권 확보도 추진

한은은 금융안정 정책 수단을 강화하기 위해 단독검사권 확보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안정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검사권이 필요하다”며 “단독검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은법 개정 방안 등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은은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요구권만 있을 뿐 단독검사권은 없다. 현장에서 금융회사 건전성을 점검하려면 금융감독원에 공동 검사를 요청해야 한다.

한은은 이 밖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디지털혁신실도 신설하기로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