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워터파크인 캐리비안베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발표하며 지난 5일 개장했지만 시민 불안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캐리비안베이 측은 입장 인원을 하루 1200명으로 제한하고, 실내 로커나 물속에서 2m 거리두기를 준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사전 문진표 작성, 발열체크 등을 하도록 했다.
방문객들은 물 밖으로 나올 때 마스크를 다시 착용해야한다. 캐리비안베이 측은 방문객에게 마스크를 휴대할 수 있는 방수팩을 제공하기도 했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인원수를 제한해 시설 내에서도 방문객들이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캐리비안베이는 일반적으로 매년 4월 중순 문을 열어왔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늦게 개장했다.
하지만 물 속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이 제대로 지켜질지 회의적인 여론도 많다. 대학생 김유정씨(24·여)는 "물놀이를 하며 2m 거리를 유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놀이기구를 타든 파도를 타든 결국 움직이게 되는데 2m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장인 정윤석씨(43)는 "매년 여름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워터파크를 갔지만 올해는 가지 않으려 한다"면서 "워터파크 운영 지침에 따르면 물에 있을 때는 마스크를 뺐다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다시 마스크를 끼라고 하는데 아이들한테 그렇게 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그는 "얼굴이나 손이 젖어있는 상태로 마스크를 계속 만지면 마스크 필터 성능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인파가 몰리는 놀이시설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롯데월드는 확진자가 이틀 전인 5일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영업을 종료했다가, 9일 오전 다시 문을 열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김정연씨(41·여)는 "롯데월드 확진자가 5일에 다녀갔는데 알려진 건 이틀 뒤였다"면서 "입장 과정에서 발열 확인을 한다고 해도 확진자를 걸러내는데 구멍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캐리비안베이가 아무리 방역대책을 잘 세워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면서 "가도 그만이고 안가도 그만인 여가시설일 뿐인데 굳이 코로나19 시국에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개장을 하는 업체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학생 송근호씨(26)도 "롯데월드나 캐리비안베이나 놀이기구 외에 식당 등 부대시설이 많다"면서 "게다가 놀러간 곳이기 때문에 긴장이 풀려 2m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집단 감염 위험이 여전한 시국에 물놀이 시설이 다시 문을 연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전문가는 물을 매개로 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온도와 습도에 약해 물에서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워터파크 물은 염소로 소독해 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 안에서보다 탈의실이나 기타 부대시설 등에서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캐리비안베이 측은 이같은 국민들의 우려에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관계자는 "외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워터파크 방문객을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의 50% 이하로 제한하라고 돼 있다"면서 "하지만 캐리비안베이는 현재 5%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캐리비안베이는 해당 지침보다 훨씬 강력하게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며 정부 방침과 해외에서 발표한 워터파크 방역지침을 참고했다고 전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