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재명 '기본소득' vs 김부겸·박원순 '고용보험'

입력 2020-06-09 10:09
수정 2020-06-09 10:15

기본소득과 고용보험 도입을 두고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김부겸 전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용보험 확대를 더 강조하는 모습이다.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두고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이지만, 재원 마련 방안 등의 논의 대신 대권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지금 우선 되어야 할 것은 '전 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라며 "복지(사회 안전망)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의 전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핀란드와 스위스 사례를 거론하며 "두 나라는 모두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진 국가다. 고용보험 가입률도 90%가 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입률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사각지대에 놓인 임시, 일용직 등 미가입 노동자 550만명에 대해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까지 확대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더 정의롭다"며 기본소득 우선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하면 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에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반면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의원은 전날 "기본소득제에 대한 원칙적 생각을 말씀드린다"며 기본소득 논란에 가세했다. 이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이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며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기본소득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지만, 기본소득 도입에 긍정적인 취지로 해석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속해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은 복지 대체나 증세 없이 시작해 추가 재원을 마련해가며 증액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모두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전제로 주장을 내놓을 뿐 제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증세(기본소득)나 자영업자 이중 부담(고용보험)에 대한 논의는 피하고 있다. 전날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2.8%는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 전 국민 고용보험 전면 도입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29.1%로 나타났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