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터넷·바이오…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 펀드' 뜬다

입력 2020-06-09 15:09
수정 2020-06-09 15:11

자산운용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화두로 떠오른 ‘언택트(비대면) 테마’ 맞춤형 펀드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비대면 생활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반도체와 인터넷, 바이오 등 성장산업으로 자산시장의 무게추가 더욱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테마를 쫓아가기보다 펀드 편입 종목과 운용 방향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언택트 펀드 ‘4종 4색’

국내 자산운용사 중 언택트 펀드를 제일 먼저 선보인 곳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다. 신한BNP운용은 지난달 11일 ‘신한BNPP코리아신경제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2006년 출시된 기존 ‘좋은아침코리아펀드’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코리아신경제펀드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 변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소비가 보편화됨에 따라 반도체를 위시한 정보기술(IT)과 인터넷 업종이 혜택을 보는 상황도 반영했다. 최지호 신한BNP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언택트 소비 관련주뿐 아니라 고령화 관련 제약·바이오주에도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자산운용도 기존 ‘대한민국신수종산업펀드’를 리모델링한 ‘삼성언택트코리아펀드’를 같은 달 20일 내놓았다. 기존 펀드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을 주로 담았다. 언택트코리아펀드로 바뀐 이후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언택트 소비주와 5세대(5G) 이동통신, 반도체 종목 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언택트 투자테마를 국내를 넘어 해외로 넓힌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달 28일 출시한 ‘미래에셋글로벌넥스트노멀펀드’는 언택트 등 코로나19 이후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라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운용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와 사회질서 변화를 기존 ‘뉴 노멀’과 구별되는 ‘넥스트 노멀’로 지칭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달 1일 ‘한화글로벌언택트펀드’를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생활양식이 비대면 위주로 변화함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는 재택근무, 비디오 콘퍼런스, 게임, 온라인 소비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의료복지 투자가 늘어난 만큼 헬스케어 업종도 유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기간 급등한 주가는 부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증시를 이끌어갈 주된 테마가 언택트라는 데 이견이 없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비대면 생활양식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온라인쇼핑은 물론 게임, 동영상, 배달, 데이터센터 등의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언택트 관련 산업 생태계는 과거 10년보다 더 넓고, 깊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며 “향후 이런 사회구조적 변화는 가속화, 지속화, 영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언택트 테마가 앞으로도 양호한 수익률을 낼지는 불확실한 만큼 섣부른 대세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상당수 언택트 테마주의 주가가 단기간 지나치게 오르다 보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커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 반등을 주도한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종목이 지난달 말부터 주춤한 대신 중공업과 금융 등 그동안 부진했던 ‘콘택트(대면) 테마’가 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하는 순환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언택트에 관심이 갑자기 커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시기가 지나면 펀드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펀드가 편입한 종목과 운용 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