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못 기다린다"…재건축사업 '첫 관문' 안전진단 속속 통과

입력 2020-06-08 17:09
수정 2020-06-09 00:40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노후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마포구 ‘성산시영’(3710가구)이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최종 통과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서대문구 ‘DMC한양’(660가구), 양천구 목동신시가지5단지(1848가구) 등도 안전진단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정부가 2018년 3월 안전진단 관련 기준을 강화한 이후 안전진단 신청 자체가 드물었다.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가 워낙 강해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사업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단지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나둘씩 도전장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잇단 안전진단 통과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청은 지난 2일 북가좌동 DMC한양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에 재건축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통보했다. 예비 안전진단은 정밀 안전진단을 받기에 앞서 구청이 진행하는 예비 실사다. 서대문구청은 곧 정밀 안전진단 비용을 산출해 준비위 측에 알려줄 예정이다.

서울 양천구청은 지난 4일 목동5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에 정밀 안전진단 결과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통보했다. 이로써 목동5단지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의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거치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재건축 정밀 안전진단은 점수(100점 만점)에 따라 A~E등급으로 결과가 나뉜다. E등급(30점 이하)을 받으면 곧바로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D등급(31~55점)이면 적정성 검토까지 통과해야 한다. 목동5단지는 정밀 안전진단 결과 총점 52.10점으로 D등급을 받았다. 적정성 검토를 받는 데는 통상 4~6개월이 걸린다.

국토부는 2018년 3월 안전진단을 강화했다. 평가항목별 가중치 중 ‘구조안전성’ 비중이 기존 20%에서 50%로 대폭 상향되면서 통과 문턱이 크게 높아졌다. 이때부터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는 재건축 단지들은 적정성 검토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앞서 전국에서 2%에 그쳤던 재건축 안전진단 탈락률은 이후 30%대로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5540가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3930가구) 등이 안전진단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신청 늘면서 집값도 강세

안전진단에 도전하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 늘어나는 건 사업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평구 ‘불광미성’(1340가구)이 은평구청에 안전진단 신청서를 낸 것을 비롯해 목동5·6·9단지, 양천구 ‘신월시영’(2256가구) 등의 신청이 잇따랐다.

안전진단 신청으로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DMC한양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말까지 5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예비 안전진단 통과 기대로 지난 2월 실거래가가 처음으로 6억원을 넘어섰다. 이달 초에는 7억7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8일 성산시영이 적정성 검토를 최종 통과한 것도 재건축 단지들을 자극하고 있다. 강북 재건축 최대어인 성산시영은 당초 안전진단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만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더라도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각종 인허가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어 재건축이 완료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의 수익성을 낮추는 규제가 많아 불확실성도 상당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정밀 안전진단이나 적격성 검토를 진행 중인 모든 단지가 통과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안전진단을 끝낸 단지도 사업성 등 따져봐야 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