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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건설부동산부 기자) “고가주택 취득 시 부동산등록세율 12%, 다주택자는 3%포인트 중과.”
국토연구원이 영국의 부동산 조세정책을 분석해 8일 발표한 보고서 ‘영국의 부동산 조세정책과 시사점’의 주요 내용이다. 부동산등록세는 한국의 취득세와 같은 성격이다. 한국은 주택가격에 따라 1~4%의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부동산등록세는 다주택자에게 취득세 증과 등 주택시장 변화에 따른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주택가격 급동 시 시장안정을 위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영국은 급격히 상승한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2016년 4월부터 임대용주택을 취득하는 다주택자에게 고율의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연구원은 국책연구기관이다. 국토연 관게자는 “이번 조세연구는 향후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입법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 억제책으로 취득세 인상을 적극적으로 인상한 영국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가 고가주택 취득세 인상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영국 주택시장이 2016년 도입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규제가 부동산등록세다. 2018년 10월 영국 정부는 고가주택의 범위를 조정하고 세율도 올렸다. 150만파운드(22억9500만원) 이상 고가주택 취득 시 부동산등록세율 12%가 적용된다.
다주택자는 3%포인트 중과해 15%를 부과한다. 다주택자의 경우 150만파운드짜리 집을 샀을 때 내야 할 취득세가 3억4400만원 정도다. 같은 가격의 집을 한국에서 샀을 때는 가장 높은 세율(4%)이 적용되는 4주택자 이상 소유주의 경우 9180만원이다. 영국에선 한국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취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주택가격에 따라 12만5000파운드(1억9000만원) 이하는 0%, 12만5000~25만파운드(3억8000만원) 2%, 25만~92만5000파운드(14억원) 5%, 92만5000~150만파운드 10%의 세율을 각각 적용한다.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에 대해 최대 15%의 부동산등록세를 부과하고 실수요자 및 서민에게는 5% 이하의 낮을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도 비슷하다. 한국도 6억원 이하의 집을 샀을 때는 취득세율이 1%다. 이후 단계적으로 올라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샀을 때 3%를 부과한다. 4주택자는 이 세율이 4%까지 상승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취득세는 영국과 비교했을 때 낮다”며 “홍콩도 15%의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다주택자에게 15%, 외국인과 법인에 각각 20%, 25%의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영국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방안으로 부동산등록세를 주로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주택가격 급등기에 고가주택에 대한 세율을 인상해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2003년 부동산등록세를 도입한 영국은 2011년 4월 100만파운드 초과 주택에 과세구간을 추가하고 세율을 4→5%로 인상했다. 이듬해인 2012년 3월에는 200만파운드 초과 주택에 대한 과세구간을 추가하면서 세율을 5→7%로 올렸다.
2016년 3월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거래세율을 3%포인트 중과하기로 했다. 이후 2018년 10월에 고가주택에 대한 세율을 더 높였다. 보고서도 고가주택일수록 더 무거운 세율을 적용하는 부분을 주목했다. 중저가주택을 매수하는 실수요자에 대해선 낮을 세율을 유지하되 다주택자, 고가주택 매수자에 대해선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영국의 자본이득세의 비과세 요건도 비중있게 다뤘다. 자본이득세는 한국의 양도소득세와 같은 개념이다. 영국의 자본이득세는 소득에 연동돼 세율이 결정되는 구조다. 고소득자일수록 세부담이 크고 거주기간 등 비과세 요건이 엄격하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예를 들어 개인소득세가 기본세율(20%)인 납세자의 경우 소득과세액과 양도가액이 50만파운드 이하이면 과세표준에 18%, 초과되면 28%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 중 보고서가 주목한 부분은 비과세 요건이다.
영국은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으며 △1가구 1주택이면서 △취득 이후 계속 거주했고 △주택 일부를 임대하거나 사업장으로 사용한 적이 없는 경우에만 비과세 혜택을 준다. 실거주 여부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요건으로 2년 동안 실거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1가구 1주택자의 거주이전 자유와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하고자 한 비과세 제도의 도입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며 “실거주 목적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은 앞으로 ‘해외 부동산 정책시리즈’ 보고서를 2회 더 내놓을 예정이다. 프랑스와 싱가포르 등이 대상이다. 국책연구기관이 보고서를 내놓은 건 그만큼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서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때문에 고가주택에 대한 취득세가 한층 더 무거워 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보유세는 인상하고 거래세는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현재 세제는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강화되는 모양새”라며 “고가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강화한다면 매물 잠김 현상과 수급 불안 등 주택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 /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