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에 집앞 오피스 출근…'신의 직장'으로 뜨는 SKT

입력 2020-06-09 08:00
수정 2020-06-10 11:03

SK텔레콤이 새로운 '신(神)의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균연봉 1억원이 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고연봉 기업인 데다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에 발맞춰 앞으로 회사가 아닌 집 가까운 곳으로 출근하게 하는 파격 행보가 더해지면서다.

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정호 사장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열린 비대면 타운홀에서 "그동안 쌓인 재택근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정교화하는 '디지털 워크 2.0'을 시작한다. 집에서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장이 컸다. 거점 오피스 제도를 통해 집 인근 10~20분 거리에 위치한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예컨대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원은 서울 을지로의 본사 T타워 대신 판교에 있는 거점사무실로 출근하는 식이다. 한 시간 이상 소요되는 출퇴근 시간을 확 단축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직원들 내부 의견에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사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그러면서 "거점 오피스를 늘렸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생활공간과 업무환경이 분리되지 않는 등 재택근무의 단점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집에서 일하는 게 불편하다는 직원들이 있어 거점 오피스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사용 전에 좌석 예약만 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직원들은 거점 오피스에서 안면 인식이 가능한 증강현실(AR) 시스템과 PC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는 '마이데스크'를 활용해 일한다. SK텔레콤은 기존 4곳(서대문·종로·판교·분당)에 위치한 거점 오피스를 앞으로 10곳(강남·송파·일산·강서·마포 등 추가)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직원들은 반색했다. 한 SK텔레콤 직원은 "을지로 사옥까지 가는 시간과 체력을 아껴 업무에 쓸 수 있어 효율적이다. 편한 곳에서 일할 수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집 근처 10분 거리로 출근하니 코로나 걱정도 덜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SK텔레콤이 신설한 '주니어 보드' 제도도 눈길을 끈다. 주니어보드는 최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제도다. 신규 서비스 출시 전 젊은층 의견을 반영하는 테스트보드 성격을 갖고 있다. 기존에 40~50대 임원급이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던 것을 앞으로는 젊은 감각의 20~30대 직원들에게 이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서비스 상품 개발시 젊은이들의 감성과 니즈 파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앞서 2018년 사내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선보이는가 하면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타운홀도 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번에 처음 연 비대면 타운홀을 정착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이처럼 근무 형태가 자유로운 유연한 기업문화뿐 아니라 처우도 좋아 각광받고 있다. 기업정보서비스업체 크레딧잡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전체 직원 평균연봉은 1억1498만원, 올해 입사자 평균 연봉도 7848만원으로 대기업 중에서도 연봉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확산을 ICT 업계의 위기이자 기회로 진단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동통신부터 뉴 ICT 사업, 기업문화까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전 영역에서 구시대 공식을 모두 깨자"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