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선두 업체들도 소비 트렌드 변화를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트렌드를 이끌어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도입은 필수다. 신기술 도입을 위해서는 조직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탄력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신소재와 신제품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공장 등 새로운 생산기법을 도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기업들은 혁신성장을 주도했다”며 “신기술로 제품 퀄리티를 끌어올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전통 제조기업에 혁신은 필수
굴뚝기업으로 불리는 전통 제조업체들도 혁신에 나서고 있다. 종합 건축자재업체 LG하우시스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앞세워 불황 속에서도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겹친다는 데 착안해 LG전자 판매 대리점인 베스트샵에 숍인숍(매장 내 작은 매장) 형태로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하는 ‘LG지인(Z:IN) 인테리어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곳에서 창호, 바닥재, 벽지, 인조대리석, 인테리어필름 등 LG하우시스의 자재부터 주방, 욕실 관련 용품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 기능도 끌어올렸다. 지난 2월 출시한 화재 확산을 막는 벽장재 ‘LG지인 준불연 시트’는 불이 쉽게 번지지 않고 유해물질 방출을 크게 줄인 제품이다. 아크릴계 인조대리석 ‘하이막스’도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국내 대표 제지업체인 한솔제지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신제품을 개발하며 제지업계를 이끌고 있다. 화장품, 전자제품 등의 고급 포장재로 사용되는 패키징 소재 사업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Protego)’를 출시해 커피원두나 마스크팩 패키징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2013년부터 영수증과 라벨 등에 주로 사용되는 감열지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해왔다. 지난해엔 특수 소재 분야 원료 제품인 나노 셀룰로오스 개발에 성공해 본격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10년부터 개발에 나선 게 결실을 맺은 것이다. 식물세포벽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10억분의 1 크기로 분해한 친환경 고분자 물질로 가스와 오일의 침투를 막고 내열성도 높아 전자기기 소재나 자동차, 의료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 리모델링 1위 업체 한샘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을 적용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 ‘한샘닷컴’에 소비자와 전국 700여 개 한샘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하는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해왔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온라인으로 가정에서 인테리어 제품을 체험하고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상담받은 뒤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플랫폼은 일선 대리점으로 소비자를 안내해 매출 증대를 지원한다. 대리점이 따로 온라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한샘닷컴의 O2O 플랫폼으로 소비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 본사와 대리점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경영’ 방식이다.
○생활가전업체도 혁신 ‘가속’
국내 구독경제 1위 코웨이는 연구개발(R&D)에 집중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전략제품으로 지난 5월 출시된 ‘코웨이 AIS 정수기’와 ‘코웨이 AIS 정수기 스파클링’은 깨끗한 얼음과 물을 제공하며 얼음탱크를 자외선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관리해 얼음 위생 수준을 끌어올렸다. 또 공기청정기를 통한 효과적인 실내공기질 관리를 위해 ‘에어매칭필터 서비스’를 강화해 운영한다. 가정의 공기질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필터를 제공한다. 이중탈취필터, 매연필터, 미세먼지집중필터, 새집필터 등에서 소비자가 골라 쓸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다. 이 같은 서비스를 해외에 수출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정수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정수기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올해는 매트리스 케어 렌털 서비스를 새롭게 내놓고 시장 확대를 노린다.
안마의자업체 바디프랜드는 아프기 전에 안마의자로 건강수명을 늘려가자는 ‘건강수명 10년 연장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5년 동안 연구개발에 총 528억원을 투자했다. 안마의자에 IoT, AI 등을 접목해 헬스케어 로봇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수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숙면 유도, 집중력 강화, 허리통증 완화, 칼로리 소비, 목 디스크와 협착증 치료 등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안마의자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혈압, 맥박, 심전도, 체성분 등 다양한 바이오 데이터를 측정하고, 모니터링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비대면 의사에게 전달해주는 헬스케어 서비스도 연구 중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