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2년 이후 밸류에이션 최고…더 오를 수 있을까

입력 2020-06-08 07:48
수정 2020-06-08 07:50


코스피지수가 22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피의 실적대비 주가수준(밸류에이션)도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부담이 커진 만큼 시장에서도 추가로 더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코스피의 최근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5.00배다. 2002년 7월18일(25.31배) 이후 약 17년10개월만에 최고치다.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인 PER은 주가가 이익 대비 저평가 또는 고평가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코스피가 2002년 7월 이후 실적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상태라고 풀이할 수 있다.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급등한 것은 기업 실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급격히 후퇴한 데 비해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해서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금융업 제외)들의 작년 연간 연결기준 순이익은 52조4420억원으로 전년보다 52.82% 감소했다. 1분기에도 순이익이 11조33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7.80% 쪼그라들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코스피는 5일 2181.87로 장을 마치면서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기 직전인 지난 2월21일(2162.84) 수준 이상으로 올랐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3월19일 연중 저점인 1457.64보다 49.69% 반등했다. 지난 1월22일 기록한 연고점인 2267.25와 불과 85.33포인트 밖에 차이나질 않는다.

증시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증권가(街)에서는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놓고 여러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밸류에이션 수준을 고려하면 기업 실적의 구체적인 회복 없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지난 2월 하순 수준으로 돌아온 데 비해 코스피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돼 PER은 그만큼 높아진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코스피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며 결국 기업 실적 하락세가 진정돼야 주가 상승 탄력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향후 주요국의 재정 확대 및 중앙은행의 '금융억압 정책'(인위적 저금리 정책)이 주가에 우호적임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주식에 대한 낙관적 시각은 유효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난 점, 각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등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증시 고점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시점"이라며 "다만 각국이 내놓은 특단의 정책 대응은 과거에 없었던 처음 경험하는 요인이라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독일 등의 경기부양책을 필두로 한 유동성 살포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진행 등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주가 상승 탄력은 줄어도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 상승세 자체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