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앙은행發 축제 오래 못간다

입력 2020-06-07 18:40
수정 2020-06-08 00:20
주식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데 코스피지수는 어느덧 2150을 넘어 코로나 낙폭을 거의 만회했다. 미국 다우지수도 2개월여 만에 50%가량 급등했다. 지난주 말 미국의 5월 고용지표 호전 소식에 나스닥지수는 한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경기 선행지수’라는 인식이 맞는다면 향후 6개월~1년 이내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증시에 응축됐다고 볼 수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아니면 코로나와 공존하는 ‘뉴노멀 경제’로 성장 엔진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유동성이 밀어올린 주식시장

그러나 지금의 반등세는 유동성 랠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물경제는 형편없지만 시중에 풀린 풍부한 돈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금리하락기에 나타났던 금융장세와는 차원이 다르다. 제로금리인 데다 중앙은행의 무제한 발권력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약 3조달러(3600조원)를 찍어 국채와 회사채 등을 사들였다. 4월 말 기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시가총액 25조달러의 12%에 맞먹는 금액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500억유로(약 1020조원), 일본은행(BOJ)은 52조엔(약 580조원)을 풀었다. ‘헬리콥터 머니’가 쏟아지는데 주가가 안 오르면 그게 더 이상하다. Fed는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까지 사들여 월가의 투자심리를 달랬다. 실물과 주가가 따로 노는 ‘디커플링’은 중앙은행의 작품이다.

사실 요즘 경제는 ‘중앙은행 단독플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업자가 쏟아지고 부도에 직면한 기업이 속출하자 정부는 실업급여, 기업 구제금융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부족한 정부 곳간은 국채 발행으로 메운다. 중앙은행이 무제한으로 사주겠다고 하니 적자 국채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구조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증유의 경제 실험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늘어나는 국가부채가 111조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의 전체 부채가 17조달러 증가하고 국가부채비율은 평균 109%에서 137%로 치솟을 것이란 예상이다.

중앙은행이 일자리는 못 만들어

코로나가 경제에 미친 가장 큰 충격은 실업이다. 미국은 11주 만에 4200만 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유럽연합(EU)은 전체 근로자의 27%에 해당하는 4200만 명이 정부 보조금으로 버티고 있다. 한국도 실업자 폭증으로 연내에 고용보험기금이 바닥날 것이란 우려다. 코로나가 물러가도 글로벌 공급망 붕괴, 언택트(비대면) 바람,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해 고용시장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긴 어렵다. 미 의회예산국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하려면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량실업이 소비위축→ 물가하락→ 경기침체 심화로 이어지는 2차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지금은 중앙은행에서 빚낸 돈으로 정부가 고용유지금과 실업급여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빚으로 경제를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를 극복하더라도 더 혹독한 ‘부채의 시대’에 살아야 할지 모른다. 펑크 난 재정 곳간을 메우려면 세금을 내는 기업과 일자리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중앙은행이 주가를 부양할 수 있어도 일자리는 창출할 수 없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쏘아올린 ‘축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기업들이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국가적 힘을 모아야 할 때다.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