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미국 유에스스틸(US Steel)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다. 수익 증대를 고민하던 회사 오너는 경영방침을 개선하기로 했다. ‘생산제일, 품질제이, 안전제삼’이던 경영방침을 안전을 맨 위에 놓은 ‘안전제일, 품질제이, 생산제삼’으로 바꿨다. 결과는 놀라웠다. 재해가 줄자 품질과 생산성이 높아졌다. 이는 세계 곳곳에 안전협회가 생기는 단초가 됐고, ‘안전제일’은 어느 한 기업의 사훈이 아니라 세계인이 모두 아는 구호가 됐다.
안전제일이 적용되는 곳은 산업현장만이 아니다. 미래 기술이 생겨나는 연구환경에서도 안전은 ‘제일’의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학생 등 업무 숙련도가 낮은 연구자가 많고, 연구활동의 특성상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규 물질 및 공정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안전한 연구환경 확보를 위해 2005년 연구실안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구실안전법 전부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연구실안전법 제1조는 동법의 목적을 연구인력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실 내 적합한 보호구 비치와 착용 지도를 의무화하고, 연구활동 종사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임시건강검진 실시나 연구장소 변경, 연구시간 단축 등 안전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법 개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연구현장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기관별 연구실안전관리위원회 운영을 통해 자체적인 안전계획 수립 및 예산 심의 등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수행하도록 했다. 또 시정명령 제도를 도입해 처벌보다는 계도를 통한 기관의 안전관리 책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번 법 개정으로 연구실 안전에 대한 국가전문자격인 ‘연구실안전관리사’ 제도가 신설된다. 연구실안전관리사는 연구실 내 유해·위험물질의 취급 관리, 안전 점검, 사고 대응 및 이와 관련한 기술적 지도를 담당하게 된다. 변화하는 연구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관리가 필수적이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정책들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연구 주체들이 스스로 이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에스스틸이 그랬듯이 연구실 운영방침을 ‘성과제일, 안전제이’가 아니라 ‘안전제일, 성과제이’로 바꿔본다면 어떨까? 법 개정을 통해 연구자들이 보다 안전한 연구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제는 각 기관과 연구자 개인의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