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리가) 나와 비슷하던 선수들이 내 뒤에 있어 혼자 속으로 흐뭇해하기도 했죠.”
김효주(25)는 대회 내내 미소를 띤 채 동반자들과 경기를 즐겼다. 7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은 그에게 짜릿한 역전 우승을 안겼다. 김효주는 우승을 확정한 뒤 “비거리가 늘어 버디를 잡는 게 수월해졌다”며 다시 한번 환하게 웃었다.
그는 비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겨우내 근력을 키웠다. 태국 겨울훈련을 처음으로 트레이너와 함께했다. “운동을 많이 하니 먹는 양도 늘었다”며 “몸무게가 5㎏가량 불었다. KLPGA챔피언십 때부터 겨울 훈련 효과가 나타나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이 덕분에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가 지금은 15야드 이상 더 나간다.
김효주는 “남은 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우승할 줄은 몰랐다”며 “예전의 ‘천재 소녀’까진 아니더라도 다시 좋은 선수로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18번홀 연장전 상황에 대해선 “(김)세영 언니가 워낙 장타자라 2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나는 그냥 최대한 세게 쳐 그린 주변에만 공을 보내놓고 쇼트게임으로 승부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먹혔다”고 했다.
연장전을 예상한 아버지의 ‘육감’이 적중했다는 비화도 털어놨다. 김효주는 “아버지가 내일 6언더파를 치면 우승이고, 5언더파를 치면 연장 간다고 하셨는데, 진짜 그렇게 된 순간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