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라운드. 18번홀(파5)에서 펼쳐진 연장전 첫 홀에서 '천재 골퍼' 김효주(25)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이 곳은 김효주가 고교 2학년 때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 우승까지 일궈냈던 곳이다.
김효주의 연장전 상대는 역시 KLPGA투어 첫 승을 이 곳에서 거둔 '역전의 여왕' 김세영(27). 공교롭게도 김세영 역시 이 곳에서 약 7년 전 이글 퍼트를 넣으며 프로무대 첫 승을 신고, 역전 우승 신화를 시작했다.
똑같이 첫 승의 역사가 시작된 이 곳에서 둘은 전혀 다른 플레이로 승부를 봤다. 18번홀에선 둘의 플레이스타일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다. 김세영은 줄곧 2온을 노린 반면, 김효주는 그린 주변에 공을 보내고 '지키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정규홀 마지막 승부가 펼쳐진 이 곳에서 연장 승부에 돌입한 김효주는 똑같이 두 번째 샷을 그린 옆에 보냈다. 김세영은 그린을 노렸지만 공이 조금 못 미쳐 멈췄다. 김효주는 침착하게 홀 옆 약 3m 지점에 공을 떨어뜨린 뒤 오르막 버디 퍼트를 가볍게 밀어 넣었다. 반면 공격적인 공략으로 홀을 지나치게 쳤던 김세영은 1m가 조금 넘는 내리막 퍼트를 놓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특훈 성과 톡톡히 본 김효주
김효주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버디 7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2개가 전부였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쳤고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 첫 홀에서 버디를 낚아채 함께 연장전에 올라와 파를 기록한 김세영을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데뷔 후 KLPGA투어 프로 통산 10승. 아마추어 시절 우승을 포함하면 통산 11승째다. 우승상금으로 1억6000만원을 가져갔다.
2012년 당시 이 곳에서의 첫 우승으로 롯데와 연을 맺은 김효주는 2016년 12월 열린 현대차중국여자오픈 이후 '제2의 고향' 같은 이 곳에서약 3년 6개월만에 KLPGA투어 우승 트로피를 추가했다. LPGA투어에서도 2016년 1월 이후로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던만큼, 이번 우승으로 다시 최정상급 선수로 도약할 수 있는 자신감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주는 지난해 LPGA투어에서 우승없이 준우승만 세 번했다.
김효주는 롯데골프단의 '특훈 성과'도 톡톡히 봤다. 그는 지난 4월 이 곳에서 롯데골프단 소속 선수들과 열흘 동안 머물며 합숙 훈련을 했다. 특훈 덕분인지 이날 경기 후 리더보드 '톱10' 명단에는 김효주와 함께 이소영(23), 최혜진(21·이상 공동 8위)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세영까지 가세한 해외파 '반격 성공'
김효주의 우승으로 '해외파' 선수들은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지난 5월 KLPGA챔피언십이 열린 뒤 3개 대회만에 나온 해외파 선수의 우승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투어가 중단되자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첫 대회인 KLPGA챔피언십은 박현경(20)이 두 번째 대회였던 E1채리티오픈은 이소영이 우승했다.
김세영은 비록 이날 연장 첫 홀에서 1m 남짓한 퍼트를 놓쳐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자신의 '몰아치기' 본능을 뽐내며 다음 대회를 기대하게 했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인 10언더파를 쳤다. 그는 S-OIL챔피언십과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해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계획이다.
엎치락 뒤치락 경기 중반까지 우승 경쟁을 하던 오지현(23)은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고 3위(17언더파)를 기록했다. 사흘간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승을 노렸던 한진선(23)은 뒷심 부족으로 1타를 잃고 15언더파, 4위를 기록했다. 한진선과 공동 선두였던 홍란(34)도 2타를 잃고 5위(14언더파)로 밀려났다.
7개월만에 공식 대회에 나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4언더파 284타 공동 45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