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11시30분께 한 인터넷 커뮤니티 주식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A씨는 ‘보잉 100층(100달러)에 매수 예약 주문 걸어놓고 자러 갑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얼마후 이를 본 커뮤니티 회원들이 잇따라 댓글을 달았다. 글쓴이를 깨워서 주문을 취소하게 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시장이 열렸을때 보잉 주식은 132달러로 시작했다.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하지 않는다면 체결되기 불가능한 가격에 주문을 내놓고 A씨는 자러간다고 한 것.
그러나 몇분만에 보잉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순식간에 주가가 110달러 밑으로까지 다른 투자자들이 댓글을 달았고, 결국 A씨는 일어나 주문을 취소했다. 물론 그때 다른 회원들이 깨우지 않았어도 100달러에 주식을 살수는 없었다. 장중 최저점이 101달러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처럼 촌극에 가까운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이 상장지수펀드(ETF)는 미 나스닥지수의 일별 움직임을 3배로 추적하는 ETF다. 나스닥지수가 1% 오르면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의 가격은 3% 오르는 구조다. 나스닥 지수가 6860까지 급락했던 지난 3월, 개미들 사이에서는 시장 반등을 기대하며 QQQ를 매수하고 ‘인증샷’을 올리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한 투자자는 나스닥지수가 4월에 10000까지 반등할 것이라며 QQQ 500만원어치를 매수했다는 인증샷을 올렸다. 하지만 이 투자자가 구매한 ETF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나스닥지수와 정반대 방향으로 3배의 수익률을 올리는, QQQ와는 정반대 구조의 상품이다. 이번에도 투자자들은 ‘동료 개미’를 구하기 위해 대거 댓글을 달았다.
초보 투자자들의 실수는 국내주식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4일 연성인쇄회로기판 제조사 인터플렉스는 20.93% 오른 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인터플렉스에는 급등을 설명할 만한 호재가 없었다. 호재가 있었던 기업은 ‘인텍플러스’다. 이날 인텍플러스는 대만 고객사와 검사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름이 유사한 두 기업을 혼동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증권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줄 알고 삼성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증권가의 오랜 농담도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삼성증권에는 31만개의 계좌가 신규 개설됐다. 이 가운데 비대면 계좌 개설자들의 61%, 지점 개설자들의 68%는 3월에 1회 이상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지점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들 가운데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 기술이 익숙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고령 투자자들이 많다”며 “지점 개설자들의 삼성전자 매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실제로 삼성전자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삼성증권 지점을 방문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