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낮췄다. 전례없는 낮은 금리에 투자자들은 예금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느라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회복 속도가 더뎠던 은행주와 증권주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주가 하락 덕분에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효과가 있어서다. 차입금 비중이 높았던 조선주, 건설주도 저금리 덕분에 비용 절감이 예상돼 수혜주로 꼽혔다. 다만 투자하려는 배당주가 코로나19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올해에도 배당 성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동학개미’ 덕분에 증권주 매력↑
금리 인하로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오면서 증권주의 매력이 높아졌다. 주식 거래대금이 증가하면 위탁매매 사업부문의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신현식 파트너는 “금융 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일반 증권사를 대상에 포함한 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를 시행하는 등 금융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동학개미운동으로 신규 증권 계좌가 가장 많이 늘어난 키움증권을 추천한다”고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일 종가 기준 증권주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4.80%로 배당수익률도 높다. 대신증권(9.43%), DB금융투자(6.83%), 삼성증권(5.41%) 등은 평균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예대마진이 축소돼 은행주에 비우호적인 환경인데도 전문가들은 은행주를 저금리 수혜주로 꼽았다.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주가가 하락한 덕분에 은행주의 배당수익률(주당배당금/주가)이 높아져서다. 3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연초 수준의 97.7%를 회복한 반면 KRX은행지수는 84.3% 회복에 머물러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금리 인하 우려, 비대면 거래 트렌드로 인한 자산관리(WM) 고객 감소 등이 은행주에 대한 저평가 요인이 됐다”며 “은행주의 밸류에이션과 배당 매력, 이익창출능력, 구조적 개선세 등을 보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김남귀 파트너가 추천한 KB금융과 신한지주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5.73%, 5.17%로 코스피지수 평균(2.66%)보다 높다.
○건설주, 조선주에도 호재
차입금 비중이 높았던 건설주와 조선주는 자본 차입 비용이 줄어든 덕에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건설업계에는 한국판 뉴딜정책, 제3신도시 건설 등 건설 경기의 회복을 이끌 정부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박찬홍 파트너는 “GS건설은 주택부문에서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고 주택모듈사업, 수처리 사업, 데이터센터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향후 성장성과 함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장기간 불황을 겪은 조선주는 수주 기대로 주가가 반등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에도 1분기 실적 타격은 예상보다 작았다. 곽지문 파트너는 “최근 카타르페트롤리엄이 LNG선 100여 척을 한국의 조선기업에 예비 발주를 낸 것처럼 경기가 회복되면 글로벌 에너지기업과 해운사의 발주가 경쟁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한국조선해양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매수 1순위”라고 추천했다.
○성장주에 주목해야
저금리가 지속될수록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가 낮으면 성장주가 향후 창출할 현금흐름에 대한 할인율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송관종 파트너는 “제로금리 시대는 곧 성장에 목마른 시대”라며 “성장주의 아이콘인 카카오를 제로금리 시대의 수혜주로 제시한다”고 했다. 김남귀 파트너는 “코로나19 이후 무인화 공장인 스마트 팩토리가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대표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올해에도 배당성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이 올해에도 안정적인 순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쌍용양회, 지역난방공사, SK텔레콤 등을 유망 종목으로 제시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