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밀입국자들이 우리나라 서해를 제집 드나들 듯 오갔는데도 해양경찰청은 주민 신고가 있기 전까지 이를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밀입국자들은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충남 태안을 주로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군과 해경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 오후 5시께 중국인 5명이 고무보트를 타고 산둥성 웨이하이항을 출발해 17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10시께 태안 일리포 해안에 도착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9시께엔 또 다른 중국인 8명이 웨이하이에서 1.5t급 레저 보트에 몸을 싣고 14시간여를 항해해 이튿날 오전 11시23분께 태안 의항 방파제 갯바위에 하선했다. 불과 한 달 사이 중국인 13명이 이 통로를 이용해 밀입국한 것이다.
이 과정에는 전문적인 중국 밀입국 조직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황준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수사정보과장은 “두 건 모두 중국에서 중국인 모집책이 채팅 앱인 ‘위챗’을 통해 밀입국 희망자를 모았다”며 “지난달 밀입국의 경우 개인당 1만위안(약 172만원), 4월 밀입국은 1만5000위안(약 260만원)을 모집책에게 송금했고, 모집책이 그 자금으로 보트와 유류 등을 구매한 뒤 밀항 시기에 맞춰 집결해 한국으로 밀입국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태안 마도 방파제에서 발견된 중국제 엔진이 달린 고무보트도 중국 밀입국자들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트에서는 중국산 엔진과 엔진오일통, 공구, 빨간색 연료통이 나왔다.
이 지역 경계를 맡고 있는 군은 열상감시장비(TOD)·해안 레이더·해안복합카메라 등 첨단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들을 적발하지 못했다. 군은 보트로 추정할 수 있는 식별 가능한 상태의 영상 표적을 13차례 확인했으나 이를 밀입국 보트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해경의 안이했던 판단도 도마에 올랐다. 해경은 4월 밀입국 보트를 양식장 수산물 절도범 소유로 추정하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다가 관련 용의자들을 붙잡은 뒤에야 밀입국 사건으로 전환했다. 해경은 4월 3명과 5월 4명 등 아직 잡지 못한 밀입국 용의자 행방을 쫓는 한편 4일 발견된 고무보트 용도와 전문적인 밀입국 조직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해경은 이날 초동 대응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하만식 태안해경서장(51)을 직위 해제하고 상급 기관 책임자인 오윤용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57)은 경고 조치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