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에 전기車 배터리 소재를 날숨에 석유화학 소재 얻는다

입력 2020-06-05 17:36
수정 2020-06-06 02:09
사람의 들숨과 날숨에 각각 포함돼 있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신소재를 만드는 연구성과가 잇따라 나왔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강정구 교수와 최원호 박사과정 연구원, 최경민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팀은 ‘산소’로 충전하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차전지(전기화학적 원리로 충·방전이 지속되는 전지) 일종인 ‘리튬 공기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신개념 촉매를 발굴했다.

현재 전기자동차에 쓰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효율)가 낮다. 배터리를 최대한 많이 장착해야 가솔린 자동차만큼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효율이 높은 다른 2차전지 원천기술 개발이 소재 분야 연구자들의 최근 관심사다.

리튬 공기 배터리도 그중 하나다. 산소의 산화, 환원 반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저장한다. 음극재인 흑연에 리튬 이온이 들락날락하며 에너지를 저장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 높다. 문제는 산소의 산화, 환원 과정에서 과전압이 발생해 배터리 수명이 급격하게 짧아진다는 점이다. 전지를 담는 그릇(전해질)으로 쓰는 물 분자가 뭉쳐 촉매에 달라붙어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과전압을 막는 특수 촉매를 개발했다. 겉은 아연으로 둘러싸고 내부는 코발트로 된 ‘금속 유기 구조체’를 촉매로 새로 고안했다. 금속 유기 구조체는 내부를 ‘레고’ 블록처럼 만들어 표면적을 획기적으로 높인 신소재다. 1g만으로도 축구장 크기의 넓은 표면적을 갖는다.

연구팀은 촉매 내부 기공의 크기를 1㎚(나노미터) 이하로 설계했다. 이 촉매를 썼더니 물 분자 덩어리가 해당 기공 안에 갇히는 현상이 관찰됐다. 촉매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제거한 것이다. 과전압은 기존보다 64%가량 줄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 지원을 받은 이 연구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에 실렸다.

오지훈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이산화탄소로 에틸렌, 에탄올, 프로판올 등 ‘다탄소 화합물’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정을 찾았다. 다탄소 화합물은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소재다. 합성수지, 합성고무, 화장품, 살균소독제, 살충제 등을 제조할 때 광범위하게 쓰인다.

다탄소 화합물을 친환경적으로 만들 때 보통 이산화탄소를 쓴다. 구리 촉매를 써서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하면 일산화탄소와 메탄, 수소 등이 생성되면서 다탄소 화합물 원료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때 전해질은 반응성이 좋은 알칼리성 용액을 쓴다. 그러나 알칼리성 용액은 부식성이 강해 제조비용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적절히 조절(최적화)하면 중성 전해질을 쓰면서도 다탄소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존 공정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전환율은 5.9%에서 22.6%로, 다탄소 화합물 선택도는 25.4%에서 62.0%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에너지 분야 학술지 ‘줄(Joule)’에 특집논문으로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