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규제 완화가 더딘 데는 보험업계 내부의 엇갈린 이해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수년 동안 방카슈랑스 정책과 관련해 이렇다 할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회원사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라 협회가 한쪽 요구만 대변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방카슈랑스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곳은 중소형 보험회사다. 동양생명, ABL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푸본현대생명, AIA생명 등은 지난해 거둬들인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가 낸 첫 보험료) 중 방카슈랑스 비중이 80%를 넘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한 임원은 “규제가 풀리면 영업조직이 아니라 좋은 상품으로 승부하는 보험사가 유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도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원하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의 경쟁 구도는 생명보험은 삼성·한화·교보 3개사, 손해보험은 삼성·현대·KB·DB 4개사 중심이다. 이들 보험사는 전속설계사 조직이 탄탄하다. 대체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이유다. 방카슈랑스 확대를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강경하게 반대하는 설계사 조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판매 규제가 일괄적으로 풀리면 “은행은 수수료 수익만 챙기고, 책임은 보험사가 뒤집어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완전판매 등의 피해 구제와 소비자 사후 관리는 보험사 몫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의 불완전판매가 낮은 것은 구조가 단순한 저축성 보험 등만 팔기 때문”이라며 “은행원들이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의 다양한 구조를 모두 숙지하고 팔 수 있겠느냐”고 했다. 최근 은행 창구에서 팔린 사모펀드가 줄줄이 불완전판매 논란에 휘말린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시장 점유율 1위는 2004년 AIA생명, 2008년 KB생명, 2010년 신한생명, 2014년 농협생명 등 수시로 바뀌었다. 연구원 측은 “방카슈랑스는 전속 설계사가 부족한 보험사도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한다”고 분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