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동성 확충이 시급한 대한항공은 말을 아끼면서도 "적절한 절차에 따라 매각 과정을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는 종로구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에 대해 보상비 4670억원을 책정했다. 이날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북촌지구단위 계획 변경안’을 공고했다.
계획안에 담긴 보상비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시가격이다. 향후 실제 매입이 이뤄질 경우 감정평가 업체 두 곳에 의뢰해 정확한 매입가격이 정해지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을 서울시는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해를 넘긴 후 2021∼2022년에 걸쳐 분할지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송현동 부지의 주인인 대한항공의 의사와는 배치된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송현동 부지를 올해 안에 최소 5000억원에 매각하기로 자구안을 마련한 상태다.
서울시는 수의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에 대한 문화공원 지정 절차를 밟고 보상비 수준까지 미리 정하는 수순을 밞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내부 검토를 거쳐 적절한 절차에 따라 매각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고(故) 김봉환 전 국회의원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현동 용지 매각 건을 두고 "(제값에) 안 팔리면 그냥 가지고 있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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