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TV가 보기는 좋은데 인테리어 측면에선 영….”
60~70인치대 TV가 일반화되면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좁은 거실에 TV 한 대를 놓고 나면 인테리어 소품을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들 한다. LG전자의 ‘LG 올레드 갤러리 TV’는 이런 걱정이 필요 없는 몇 안 되는 제품으로 꼽힌다. 벽걸이 모양의 디자인에 두께는 20㎜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얇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에 명화를 띄워 놓으면 TV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정도다. LG전자는 이 제품으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0(Red Dot Design Award 2020)’에서 제품 디자인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LG전자에서 올레드 갤러리 TV 디자인을 총괄한 김유석 전문위원(사진)은 “이젠 TV를 가전제품이 아니라 인테리어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폼펙터의 제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과의 일문일답.
▷최근 들어 TV 디자인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가전제품이 주변 환경 속에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두께는 얇아지고 베젤(테두리)은 사라지는 방향으로 TV 디자인이 바뀌어왔죠. 몇 년 전까지는 디스플레이 소자 기술이 문제였어요. 예쁘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죠. 신제품이 미려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디자이너로선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아직도 두꺼워요.”
▷LG전자는 OLED TV를 전략 제품으로 밀고 있습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LCD보다 유리한가요.
“빛을 비추는 백라이트가 없는 게 OLED 디스플레이의 특징입니다. 얇게 만드는 것은 물론 둘둘 말 수도 있죠. LCD TV는 조명 때문에 사각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최근 선보인 롤러블 TV가 OLED 디자인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TV를 안 볼 때는 화면을 말아서 보관하는 제품입니다. 향후 더 다양한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롤 블라인드, 벽면 부착 투명 필름, 커튼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롤러블 TV는 아직 가격이 비싸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TV 가격이 1억원 수준이니 대중성이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LCD와 시장을 양분했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도 그랬어요. 처음 나왔을 때 가격이 3000만원에 달했죠.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지금 롤러블 TV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저 비싼 것을 누가 사느냐고 했는데 점점 가격이 떨어지고 대중적인 제품으로 변신했습니다.”
▷TV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영향입니다. 지금도 디자인에 예민한 소비자들은 유럽 디자인 플랫폼을 참고해 집을 꾸밉니다. 프랑스, 이탈리아의 최신 인테리어가 실시간으로 한국으로 유입된다는 의미입니다. ‘구해줘 홈즈’ ‘집사의 선택’처럼 집을 고르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인테리어에 예민한 고객들을 만족시키려면 공간과 하나로 융합한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TV가 덜 보이게 만들거나 거실과 잘 어울리게 하는 게 핵심이죠.”
▷TV 디자이너로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디 가서 TV 디자이너라고 하면 ‘TV도 디자인을 하느냐’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게 제품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아요. 나사 하나 줄이는 것도 오래 고민한 뒤 결정합니다. 차별화가 쉽지 않은 제품일수록 디테일의 완성도가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TV 디자이너의 목표는 다 비슷합니다. 최신 기술을 담으면서도 전자 제품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TV에서 잘 보이지 않는 뒷면에도 디자인이 필요한가요.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갤러리 디자인 OLED TV와 같은 제품이 대표적인데요. 20㎜ 두께의 올레드TV에 외부 입력단자를 모두 내장해야 완벽한 ‘벽 밀착’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처음 구상하는 단계부터 개발자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
▷먼 미래의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진화할까요.
“토탈리콜 같은 영화를 보면 대략적인 답이 나옵니다. 하얀 벽이나 허공을 건드리면 거대한 화면이 나타납니다. 작은 화면이 필요할 때는 일부만, 큰 화면이 필요할 때는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활성화됩니다. 태블릿 PC와 모니터, TV 등을 구분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죠.”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