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갇혀 숨진 아이 어린이날에도 학대 당한 정황

입력 2020-06-04 17:46
수정 2020-06-04 17:48

의붓어머니에 의해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 숨진 9살 아이가 어린이날에도 학대 의심 상처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숨진 A군은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A군 몸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이 이틀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군 몸 곳곳에 오래된 멍과 상처가 있었고 허벅지에는 담뱃불로 데인 것 같은 상처가 있어 상습 폭행 가능성이 의심된다.

A군은 지난 1일 천안 서북구 한 주택에서 여행용 가방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였던 A군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의붓어머니 B씨는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거짓말한 것에 대한 훈육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신고 당시 집 안에는 B씨의 아이 2명이 더 있었다. A군의 친부는 일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B씨는 A군을 가로 50㎝·세로 70㎝ 크기의 대형 여행가방에 가뒀다가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중형 여행가방에 감금했다.

B씨는 A군을 가방에 감금한 뒤 3시간가량 외출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B씨는 1일 오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파트 밖에 다녀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A군이 장난감을 망가뜨린 뒤 "내가 그런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하자 거짓말을 한다며 가방에 가뒀다.

한편 B씨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학대를 의심해 모니터링 중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A군을 학대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의붓어머니 B씨 뿐만 아니라 현장에 함께 있던 B씨의 자녀 2명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학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