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안에서 캠핑…'차박'에 꽂힌 2030세대

입력 2020-06-04 17:26
수정 2020-06-05 02:22
‘캠핑 성지’로 불리는 충북 충주 수주팔봉 야영지. 날카로운 기암절벽 아래 흐르는 남한강 지류 앞에 차량 수십 대가 트렁크를 열고 서 있다. 직장인 윤모씨(32)는 익숙한 듯 트렁크를 열고 뒷좌석을 앞으로 접는다. 그 위에 에어매트와 이불, 베개를 놓고 눕는다. 눈을 감자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귀에 닿는다. 윤씨가 주말마다 즐기는 ‘차박(車泊) 힐링’이다. 그는 “텐트 의자 등 장비를 챙기거나 숙소 예약을 하지 않아도 언제든 야외로 떠날 수 있어 차박을 즐긴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막힌 언택트(비대면) 시대. 차 안에서 낮과 밤을 즐기는 차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차박은 차 안에서 숙박하며 즐기는 여가 활동이다. 차체가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주로 즐긴다. 최근에는 레이 모닝 등 경차에서 차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성모씨(30)는 “일반 캠핑과 달리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차박의 묘미”라고 했다.

차박의 인기는 숫자에서도 나타난다.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의 지난달 신규 회원은 1만6600명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2월(2600명)보다 여섯 배나 늘었다. ‘솔로 차박’ ‘우중 차박’ 등 차박 관련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는 수십만 건에 달한다. 카페 운영자(아이디 ‘둥이아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회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4050세대뿐 아니라 최근에는 2030 젊은 세대도 차박을 즐기는 이가 늘었다”고 했다.

차박용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위메프에 따르면 4월 차박 매트 매출은 전년 대비 636% 급증했다. 차량 트렁크와 연결하는 ‘도킹 텐트’ 매출 역시 같은 기간 608% 늘었다. 차박 열풍에 쉐보레 이쿼녹스, 기아 쏘렌토 등 SUV 차량도 인기다. 이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인파가 적은 곳을 선호하다 보니 차박 같은 소규모 여행의 인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