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종인·안철수 향해 "기본소득 도입 논의 환영"

입력 2020-06-04 17:35
수정 2020-06-04 17:37

기본소득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일 "기본소득은 복지 정책이 아닌 경제 정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SNS)에 '기본소득은 복지 아닌 경제 정책…K 방역 이어 K 경제 선도할 때'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필요한 것들을 인간노동으로 생산하는 시대가 가고, 기술혁신과 디지털 경제로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을 대체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라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과 후는 수렵 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전환만큼 큰 질적 변화"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한계생산비가 제로에 수렴하며 공급역량은 거의 무한대로 커지고 글로벌 초거대기업의 초과이윤이 급증하는 대신, 구조적 노동수요(일자리)축소와 이에 따른 소비절벽으로 수요 공급 균형이 무너져 경기침체가 일상이 될 것"이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영역인 공급과 수요, 정부 영역인 재정조정으로 구성된다. 기본소득은 정부의 재정기능을 통한 안정적 소비 수요 창출로 투자와 생산 공급을 늘려 경제 선순환을 유지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에게 지급되므로 복지적이지만 수요공급 균형회복으로 경제 선순환을 유지하는데 더 큰 방점이 있는 경제정책"이라며 "노동이 주된 생산수단이고 원하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때의 노동은 생계수단이지만, 인공지능 기계가 생산을 맡아 필요한 것을 얼마든지 생산하면서도 일자리가 없을 때의 노동은 삶의 수단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김 위원장이나 안 대표의 기본소득 도입논의를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청년계층이나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한정하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또 "복지 아닌 경제정책이므로 재원 부담자인 고액납세자 제외나 특정계층 선별로 일부에게만 지급하거나 차등을 두면 안 된다"라면서 "소액이라도 모두 지급해야 재원 부담자인 고액납세자의 조세저항과 정책저항을 최소화하며 기본소득을 확장해 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소득 도입은 증세를 전제할 것이 아니라, 기존예산 조정을 통해 소액으로 시작한 후,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 확대에 국민이 동의할 때 비로소 증세로 점차 증액하는 순차도입을 제안한다"라면서 "공급 부족에서 수요부족시대로 경제 패러다임이 질적으로 변하는데도 과거에 매몰되어 과거 정책의 확장판만 경제정책으로 알면서 기본소득을 복지 정책으로 오해하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작은 우물에서 이제 더 큰 웅덩이로 옮겨가는 마당이라면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도 바뀌어야 한다. 낙수효과 시대는 갔다"라면서 "재난기본소득에서 체험한 것처럼 경제 활성화에 유용한 소멸조건 지역 화폐형 기본소득으로 직수효과를 노려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 지사는 마지막으로 "선진국이 못했다고 우리도 못 할 이유가 없다"라면서 "복지지출 비중이 높아 기존복지를 대체해야 하는 선진국보다 극히 낮은 복지지출을 늘려가야 하는 우리가 기본소득 도입에 더 적합하다. 의료선진국을 압도한 K 방역처럼 기본소득을 통한 K 경제로 자본주의 경제사의 새 장을 열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