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물류시스템 지하터널화, 개인화된 교통수단 필요”

입력 2020-06-04 15:53
수정 2020-06-04 15:57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근무 등으로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모바일쇼핑이 증가하는 만큼 물류시스템 지하 터널화 등 도시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상가공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공간’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전망했다. 유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비대면 분화가 확산하면서 주거 공간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상업시설에는 빈 곳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기 위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물류시스템을 지하 터널화 하고, 상가공실 방지를 위해 상업시설 수급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로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경제에 대공황 이상의 L자형 장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대공황 이상의 ‘L자형’ 장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며 “과거의 잘못된 성장경로를 바로잡고 새로운 성장경로로 진입하는 전환적 뉴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 원장은 “기후변화로 전염병, 대형 산불, 허리케인 등 대규모 재앙이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린뉴딜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린리모델링과 재생에너지, 수소생산설비 확대, 전기차 등이 대표적인 그린뉴딜 사업이다. 그는 “기존의 주택, 산업단지, 건축물 등을 친환경적으로 바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고용 위기까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코로나 전과 후의 달라진 샛별배송’을 주제로 코로나19로 주목받는 비대면 물류 산업에 대해 소개했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 사례를 들며 “코로나19 이후 샛별배송(새벽배송) 주문이 월평균 10% 이상 증가했고 특히 2월에는 25% 증가하는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존 주요 고객층 외에 60대 이상 고객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이들의 회원 가입과 주문량이 작년보다 122%, 153%씩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기훈 국토부 국토정책과 서기관은 부서 내 전담조직(TF)에서 두 달간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미래 국토교통 정책방향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 서기관은 “앞으로 전염병에 강한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시계획 기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해 도시의 진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이 기존 휴식공간에서 생산과 문화·레저 공간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획일화된 주택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전염병 우려에 대응해 공공 대중교통 서비스의 양과 질을 유지하면서도 개인화된 교통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국토부와 4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도시와 집, 이동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선제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기후 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그린뉴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