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0만원 필요한데…" 노후자금 풍족한 '금퇴족' 되려면?

입력 2020-06-05 10:28
수정 2020-06-05 16:34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65세로 늦춰진 반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퇴직 나이는 50세 전후에 머물러 있다. 50대 퇴직자들은 급여가 사라진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10여년 이상 생활비 전부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에 직면해 있다."

'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이하 행복연구센터)가 개소를 기념해 지난달 출간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 첫 장에 나온 말이다. 대한민국 퇴직자들은 직장에서 나온 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 즉 '소득 크레바스'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점에 있는 행복연구센터로 향했다. 지난해 11월 신설된 행복연구센터는 하나은행 은퇴설계센터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합쳐진 조직이다.

조용준 행복연구센터장은 "노후자금이 충분한 '금퇴족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연금부터 가입하라"고 강조했다.

◆"월 400만원 필요한데…실제는 252만원"

행복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사는 50~64세 퇴직자 1000명을 조사했다.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은 이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다. 퇴직을 잘 준비한 사례, 퇴직자들의 소비행태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퇴직자들이 원하는 월 평균 생활비. 퇴직자들은 친구들과 외식도 하고 가끔 여행도 가는 '여유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한 달에 400만~500만원 가량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에는 차이가 있었다. 조사 대상의 실제 월평균 생활비는 252만원에 그쳤다. 퇴직자 대부분이 그들이 생각하는 여유 있는 삶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은퇴 후 월 생활비를 400만~500만원으로 높이는 게 은퇴 설계, 노후 준비"라며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또다른 생존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비가 모자란 퇴직자들이 다시 생업전선에 뛰어드는데, 이마저도 은퇴 후 평균 11.2개월이 걸렸다"며 "경제활동과 소비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퇴직 이후의 삶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8% 불과한 '金(금)퇴족'…노하우는?

행복연구센터는 이번 조사를 통해 노후 자금을 충분히 마련한 '금퇴족'의 특징을 분석했다. 금퇴족은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스스로 평가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8%에 불과했다.

금퇴족의 월평균 생활비는 308만원. 모두가 꿈꾸는 월 400만~500만원에는 부족했지만, 전체 평균 252만원보다 많았다. 사실상 월 300만원만 있으면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다.



조 센터장이 밝힌 금퇴족의 특징은 다섯 가지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빨리 개인연금에 가입했고, 주식과 펀드 등의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투자 관련 정보에 관심이 높았고, 비교적 이른 나이(40세 전)에 집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소유한 부동산을 통해 꾸준한 현금 흐름이 발생했다.

조 센터장은 "금퇴족은 개인연금 가입 비율이 높았고, 무엇보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았다"며 "주택 보유 비율이 90%로 평균 64%를 훌쩍 넘었다"고 설명했다. 집을 이용한 주택연금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채울 수 있어 금퇴족들은 노후 준비가 더 잘돼 있다는 평가다.

그는 20~30대 젊은층을 향해 "당장 쓸 돈이 부족하고 힘들어도 개인연금에 꼭 가입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20대 젊은층은 소비를 줄여 저축하고, 30대부터는 개인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개인연금은 연간 7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노후 준비와 절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행복연구센터는 노후자산을 모으는 연금부터 신탁, 자산관리 솔루션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