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회계감사 의견도 대응 방법 없어"…외부 감사인 몽니에 위기 몰린 중소기업

입력 2020-06-04 17:43
수정 2020-06-04 19:42
비상장 중소기업이 회계법인의 '비적정' 감사 결과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단 외부 회계감사로부터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기업이 이에 부당함을 느껴도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을 하는 인천 소재 중소기업 A사는 지난 4월 2019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감사의견 거절은 외부 회계법인이 감사 대상 회사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을 만큼 근거 자료가 부실할 때 내는 의견이다. 상장사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A사의 외부 감사업체는 "회사(A사)와 대표이사 간의 자금 대여, 회수 거래 및 주임종단기대여금(회사가 주주 임원 종업원에게 빌려준 돈) 기말 잔액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재고 실사시 파악한 수량과 회사측이 제시한 재고수불부(재고 입출고 내역을 기록한 문서)상 수량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사 측은 "회사의 감사를 맡은 회계사 B가 설 연휴에 본사에 들어와 휴대폰으로 사진 몇 번 찍어 간 것을 재고 실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회사의 재고 90% 이상이 본사가 아닌 다른 야적장에 있으며, 감사인의 기재는 허위"라고 반박했다. A사는 B 회계사에 대해 "외부감사법(외감법)상 허위기재 등 문제가 있다"며 경찰에 형사 고소했다. B 회계사도 A사에 대해 맞고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감사 부실 등 문제로 올해 감사부터 감사업체를 바꿨다"며 "이에 수 년간 회사의 감사를 해온 B 회계사가 불만을 갖고 엉터리 의견거절을 줬다"고 주장했다.

A사가 의견거절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신용평가 하락에 따라 공공기관 등 입찰 참여시 불리하고, 은행권 신규대출도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A사는 회계사에 대한 고소와 별개로 회계감사에 대한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는데 "관련 감리는 한국공인회계사협회 소관"이란 답변을 들었다. A사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다른 회계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재감사도 요청했다. 금융위는 "재감사할 수 있지만 임의감사여서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변경 보고서를 넣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한국공인회계사협회 측은 "외부 감사인의 회계감사기준 위반혐의에 대한 구체적 증빙이 없어 감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수사기관의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조사가 끝난 후 민원이 처리될 수 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에 A사는 한국공인회계사협회에 감리거부 취소를 원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중기업계 관계자들은 "2018년 개정된 신외감법 시행 이후 회계사들의 감사 권한이 강화되면서 회계사가 이를 악용할 소지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 등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는 회계사의 감사결정을 방어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B회계사는 "사안에 대해 특별히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