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한 결정을 놓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WTO에서) 결론은 나지 않는다"며 "한국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싶다"고 말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3일 밤 산케이 계열 민방인 BS후지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WTO 상급위원회가 현재 온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테기 외무상이 언급한 상급위는 WTO 분쟁 해결 절차의 2심 격이다. 1심 격인 소위원회의 판단을 분쟁 당사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상급위에 제기한다.
일본 각계에선 한국 측 결정이 발표된 이래 꾸준히 'WTO 기능 마비론'이 나오고 있다. 전날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도 “WTO 분쟁처리과정 최종심에 해당하는 상급위원회가 위원 확보 조차 어려운 기능 마비 상태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이때문에 한국이 WTO에 일본 수출규제를 제소해도 최종 판단을 얻기 힘들다는게 모테기 외무상 등의 주장이다.
WTO는 현재 상소위원 7명 중 6명 자리가 공석이다. 지난해 말부터 상소위원 임기가 잇달아 끝났으나 신규 위원 선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WTO가 중국에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고 있다며 담당위원 선임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지난달엔 호베르트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오는 8월31일자로 사임하겠다고 돌연 발표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11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 주석의 국빈 방일은 당초 지난 4월로 예정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기됐다.
모테기 외무상은 “(시 주석 방일 전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먼저 열릴 게 틀림없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양한 국제적인 틀 안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일정상으로 먼저”라고 말했다. G7 정상회의는 오는 9월, G20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다.
모테기 외무상은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은 10년에 한 번 있는 행사"라며 “중국으로서도 실패하면 안되는 일이고, 일본도 성과를 내는 형태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G7 참가국 확대에 대해서는 "‘아웃 리치’(초대국) 형태로 초청하는 일은 의미가 있지만, 그것과 G7 틀을 바꾸는 것은 완전히 별개 문제”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G7 틀을 어떻게 할지는 각 회원국이 서로 이야기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