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특검 때부터 따지면 햇수로 5년째입니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입은 유·무형의 피해가 상당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3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 한 삼성 계열사 임원이 조심스럽게 꺼낸 얘기다. 공개적으로 밝힌 순 없지만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생긴 경영상 차질이 심각하다는 토로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가 시작된 2018년 말부터 최근까지 검찰에 소환된 삼성 최고경영진과 임원은 30여 명이다. 소환 횟수를 합하면 100여 차례에 달한다. 2016년 특검 때부터 계산하면 소환 횟수가 더 늘어난다.
이 부회장(2회)을 비롯해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4회),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 사장(8회),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4회),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3회),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2회),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4회) 등 그룹의 핵심 경영진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검찰이 임원들을 소환하는 상황에선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다”며 “거래처를 만나는 출장 일정 등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브랜드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격한 준법 경영을 요구하는 글로벌 파트너 기업 중 상당수가 검찰 수사를 이유로 삼성과의 협업을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거나 해외 마케팅을 할 때도 검찰 수사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이란 낙인이 찍힌다”고 털어놨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현장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1월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과 캄피나스 공장을 시작으로 경기 화성 반도체 생산라인(2월), 경북 구미 스마트폰 공장(3월),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5월)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달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미래 자동차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외부 악재로 계열사들이 경영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광폭 행보다.
검찰 수사는 현장경영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수시로 소환해 외부 활동 일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구속기소를 결정할 경우 구심점을 잃은 삼성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