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트와이스(사진)의 미니 앨범 ‘모어 앤 모어’가 발매 이틀째인 3일 판매량 50만 장을 돌파했다. 직전 앨범 ‘필 스페셜’의 43만 장을 훌쩍 넘어서며 자체 음반 판매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25일 출시된 엑소 백현의 두 번째 솔로 앨범 ‘딜라이트’는 지난 1일 한터차트에서 첫 주(초동) 판매량이 70만 장을 넘어섰다. 지난해 미니앨범 ‘시티 라이츠’의 첫 주 판매 기록 38만 장을 크게 웃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지난달 18일 발매한 ‘꿈의 장: 이터너티’도 첫 주에 18만1000장이 팔려 자체 초동 판매량 기록을 경신했다. 이 앨범은 지난 1일자 일본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K팝 가수들이 올해 내놓은 새 음반으로 줄줄이 자신의 최고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K팝 앨범 시장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음반유통 판매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1~4월 ‘상위 10위’ 음반 판매량은 총 702만4557장으로 작년 동기 542만8169장보다 29.4% 늘었다.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앨범 ‘맵 오브 더 솔:7’은 지난 2월 발매 후 422만 장 팔렸다. 작년 3월 나온 ‘맵 오브 더 솔:페르소나’(322만 장)보다 100만 장 많다. 2위를 차지한 NCT 127의 정규 2집은 76만 장 팔렸다. 직전 앨범 45만 장보다 31만 장 많다.
음반 판매는 공연과 함께 K팝 가수들의 주요 수익원이다. 가수들의 지명도를 나타내는 지표일뿐더러 이익률도 다른 분야보다 높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된 상황에서 앨범 매출은 음악사들을 지탱하는 젖줄과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팝 가수들의 새 음반 판매량이 급증한 요인 중 하나로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등 가수와 팬이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행사가 줄어든 것을 꼽는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음반, 콘서트, 방송, 기획상품(MD)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일부 소비 형태가 음반에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물 앨범은 팬들에게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한 청취용을 넘어 소장 가치가 있는 MD로 인식된다. 앨범에는 음악 CD와 함께 화보집, 포토카드 등 다양한 비주얼 콘텐츠가 함께 담겨 있다. K팝 시장을 주도하는 팬들이 직접 가수들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자 이들의 비주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앨범 구매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K팝의 ‘지구촌 팬덤’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는 것도 앨범 판매 증가의 또 다른 이유다. K팝 팬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세계 앨범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K팝 앨범들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글로벌 뮤직 리포트 2019’에 따르면 2018년 세계 디지털 음악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1.1% 늘어난 반면 실물 앨범 수익은 10.1% 줄었다. 한국 가수들의 앨범 수익은 오히려 28.8% 증가했다.
닐슨 뮤직 데이터에 따르면 K팝 가수들의 미국 시장 판매액에서 실물 앨범과 디지털 앨범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팬덤이 본격 확장한 2018년을 기점으로 반전됐다. 실물 앨범 비중은 2017년까지 15% 미만이었지만 2018년 67%, 2019년 79%로 급상승했다. 강문 음악평론가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전 세계에서 유튜브와 SNS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K팝 팬덤은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K팝은 음악과 영상, 퍼포먼스, 스토리텔링 등을 모두 갖춘 덕분에 각종 앱에서 가장 즐겨찾는 콘텐츠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