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침입자' 문제풀이 잘 했는데 출제오류라고

입력 2020-06-05 08:55
수정 2020-06-05 08:57
◆ 침입자 (intruder)
손원평 감독|김무열, 송지효 출연|미스터리, 스릴러|6월4일 개봉|102분|15세 관람가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이 여자, 내 동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침입자'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서진 대사 중에서<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많은 사람들에게 집은 가장 안온한 공간이다. 고달픈 일과를 마치고 돌아간 집은 휴식처이자 마음의 위안이다. 가장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인 집에 25년 전 잃어버린 동생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화 '침입자'를 연출한 손원평 감독은 집과 가족 같은 가장 일상적인 소재에 낯선 가족을 등장시켜 작은 균열을 내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얼마 전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사는 건축가 서진(김무열)은 25년 전 실종된 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수차례 거짓 연락이 왔었던 터라 자신을 보자마자 '오빠'라고 부르는 유진(송지효)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서진의 마음과는 달리 가족들은 유진을 금세 받아들인다.

유진이 집에 온 후 가족들은 조금씩 이상하게 변한다. 오랜시간 가족과 함께 살아왔던 가정부도 편지 한 장 달랑 써놓고 사라졌다. 유진은 서진에게 말도 하지 않고 새로운 가정부와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도울 재활치료사를 집에 들인다.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서진은 동생 유진의 비밀을 쫓다가 충격에 맞닥뜨리게 된다. 아내를 잃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서진은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가족도 경찰도 그의 말을 믿기 힘들다. 집은 서서히 유진으로 잠식되어 간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어떻게 살았건, 내 딸이고 내 가족이야…"
-유진의 거짓말을 듣고 난 후, 엄마 윤희 대사 중에서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영화는 가족의 이중적인 모습을 그린다. 손원평 감독은 책 '아몬드'를 집필하는 시기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함께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임신과 출산 후 새로운 가족을 얻게 되면서 가족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썼다는 것이 설명이다.

'침입자'는 모든 걸 의심하는 서진과 점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유진의 관계를 통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반까지 쌓아 올리는 서스펜스는 보는 이를 '쫄깃'하게 만든다. 익숙한 소재로 인물의 심리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 하면서 영화적 재미를 안긴다.

영화는 김무열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냈다. '악인전', '기억의 밤' 등을 통해 꾸준히 장르물에 도전했던 그는 낯선 가족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는 섬세한 감정연기를 통해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때로는 고구마 먹듯 답답함을 호소하게 했다.

'멍지효'라는 별명으로 대중에 친숙한 송지효는 아주 생경한 얼굴을 드러냈다. '여고괴담3', '썸' 이후 오랜만의 스릴러 출연이라 연기에 힘을 줬다. 가족에 스며들기 위해 거짓 웃음을 짓는 모습부터,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까지 배우 내면의 밝음과 어두움을 모두 끄집어 냈다.


아쉬운 점이라면 대중이 열광할 만 한 색다른 반전은 없었다. 솔직히 예측이 가능한 혹은 뻔한 전개라 말미에는 기운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 결말을 알고 봐도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들이 있으나, '침입자'는 이에 해당하지 못할 것 같다.

손 감독은 인터뷰에서 30번이 넘는 퇴고를 거친 작품이라고 설명하면서 "데뷔 과정이 오래 걸려서 여러 시도를 많이 했다"며 "시장에서 내가 선택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고,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침입자'"라고 말했다.

한 줄 평 : 반전 강박에 삐걱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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