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랩셀 "3년내 美서 세포치료 신약 출시"

입력 2020-06-03 15:45
수정 2020-06-16 15:16

녹십자랩셀이 10여 년간의 NK(자연살해)세포치료제 연구를 바탕으로 3년 내 미국에서 신약을 출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제대혈 유래 NK세포치료제 ‘AB101’과 항체치료제 리툭산을 혈액암 환자에게 병용하는 임상 1·2상 시험계획(IND)을 이르면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황유경 녹십자랩셀 연구소장(사진)은 최근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대로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게 FDA와 협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간암 치료제보다 더 빨리 허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NK세포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면역세포의 일종이다. 심각한 면역 거부 반응 때문에 환자 자신에게만 투여할 수 있는 T세포와 달리 NK세포는 모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그러나 NK세포의 효율적 배양이 2000년대 들어서야 가능해지면서 바이오업계에서 이를 활용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황 소장은 “NK세포가 안전할 뿐 아니라 T세포와 맞먹는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고 했다.

녹십자랩셀은 대량 배양 기술과 장기간 보존 및 운송이 가능한 동결 보존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그는 “NK세포를 배양하려면 먹이세포를 써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자체 개발한 소수 기업 중 하나”라며 “고순도의 NK세포를 1000억 개 이상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안에 미국에서 임상을 시작할 AB101은 제대혈에서 추출한 NK세포를 대량 배양한 물질이다. 제대혈에서는 말초혈액보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일정한 NK세포를 얻을 수 있어 동종 치료제 개발에 유리하다.

녹십자랩셀은 항체치료제와 병용할 수 있는 NK세포치료제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항체와 NK세포를 붙게 하는 물질인 ‘CD16’이 잘 발현되는 NK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을 이용해서다. 황 소장은 “경쟁사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NK세포에 CD16을 발현시키는데 우리는 이보다 효율적인 배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AB101 개발은 지난해 3월 설립된 미국 자회사 아티바가 전담한다. 아티바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임상 개발을 맡고 있다. 녹십자랩셀은 지난해 11월 AB101을 아티바에 기술이전했다.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벨리쿰, 주노, 페이트 등 미국의 주요 세포치료제 업체에서 영입했다. 그는 “우리는 연구에 집중하고 아티바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주축으로 개발을 맡는다”고 했다.

녹십자랩셀은 앱클론(한국), 펠던(캐나다), 모포시스(독일), 유니버설 셀(미국) 등 여러 기업과의 폭넓은 협력을 통해 NK세포치료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NK세포치료제, CAR-NK세포치료제, 줄기세포 유래 NK세포치료제 등 혁신 기술을 접목해 약효를 높이고 있다. AB101에 이어 차례로 미국에서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임상도 국내와 미국에서 이르면 연말에 시작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자는 요청이 오고 있다.

용인=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