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준비하는 '청약난민'…"하남 전셋값만 올리네"

입력 2020-06-03 13:33
수정 2020-06-03 14:53
경기도 과천에서 열 달째 전세를 살고 있는 강모 씨(35)는 최근 들어 하남으로 이사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당초 지식정보타운 청약을 위해 과천에 들어왔다. 하지만 최근 청약 의무거주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면서 분양을 받기 어렵게 되자 청약을 위해 다시 이사를 해야하나 고민에 빠진 것이다. 하남 교산에선 이르면 내년 말부터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사전청약을 받는다.

강 씨는 “서울은 분양 물량이 없고 집을 사자니 너무 비싸 자금이 부족하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방안으론 청약이 제일 나은 것 같아 당첨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다시 이사를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 씨와 같은 청약 난민들이 3기 신도시 예정지 중 하나인 하남시 전세시장에 몰리고 있다. 최근들어 하남 전셋값은 계속 큰 폭으로 오르는 중이다. 지난해 과천 지식정보타운 청약 자격을 갖추기 위해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과천 전셋값이 폭등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경기지역서 전셋값 가장 많이 올라

3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하남시 아파트 전세금은 전 달보다 0.98% 상승했다. 이는 경기 지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달 전 상승률(0.27%)보다 세 배 이상 뛰었다.

특히 덕풍동·신장동·풍산동 등에서 중저가 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덕풍동 KCC스위첸 전용 84㎡ 전세가격은 1년 새 1억원 넘게 상승했다. 작년 5월까지만해도 2억3000만원이면 전세를 구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엔 3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덕풍동 하남풍산아이파크5단지 전용 84㎡도 지난달 4억1000만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았다. 작년 5월 3억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1년 만에 1억원 가량 상승했다.

신장동에 위치한 유니온시티에일린의뜰 전용 84㎡ 전셋값은 6개월 만에 1억원이 뛰었다. 작년 10월 4억원에 전세 거래를 마쳤지만 올해 4월엔 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 단지 인근 H공인 대표는 “최근 전세 매물은 다 나가고 월세를 낀 반전세 매물만 남았다”며 “그 마저도 문의해오는 사람들이 많아 금방 나갈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남 청약 덕에 컨설팅 업체도 문전성시

전세 수요가 늘고 매물은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전세시장 동향을 보면 하남의 전세수급지수는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5월 95.2이었던 하남의 전세수급 지수는 올 5월 65포인트 급등해 160.2를 기록했다. 전세수급 지수는 100을 넘길 경우 전세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하남 아파트 전세수요가 늘고 있는 배경에는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가 유입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부터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사전 청약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신도시 등이 사전 청약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 빠르면 내년 말부터 시작될 사전 청약에 앞서 1순위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이사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금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종 교통호재가 있다는 점도 전세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지난달엔 하남 교산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대책도 확정됐다. 발표했다. 3기 신도시의 첫 번째 광역교통개선대책이다. 앞으로 교산신도시에는 송파~하남 간 도시철도를 건설해 강남역까지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서울 상일동과 하남을 잇는 지하철 5호선 연장 구간 공사로 하남 지역의 매매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매매가가 뛰면서 이에 맞춰 전셋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사역과 하남풍산역이 올해 하반기 개통을 앞두면서 예정지 인근 단지의 전세 수요는 작년부터 서서히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한편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도 하남 띄우기에 나섰다. 한 컨설팅업체 강사는 “최근 하남 교산신도시 청약을 문의하는 수강생들이 많이 늘었다”며 “최근 1~2년간은 과천 청약이 수요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그 관심이 하남지역으로 옮겨간 추세”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