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두산솔루스 예비입찰 '빨간불'...롯데그룹 불참

입력 2020-06-02 18:37
수정 2020-06-02 18:39
≪이 기사는 06월02일(18:3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의 전지박·동박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업체 두산솔루스 매각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롯데그룹이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면서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에도 '빨간 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솔루스 매각을 주관하는 삼일PwC회계법인이 이날 실시한 예비입찰에는 유력 인수 후보들이 대거 불참했다. 일부 글로벌 PEF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매각 측은 촉박하게 진행되는 일정을 감안해 다소 늦게 입찰에 들어오더라도 받아주겠다고 하는 중이어서 최종 참여자 수는 좀 더 늘어날 수 있다.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이 작년 말부터 매각을 진행했던 회사다. 작년 10월1일 (주)두산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원래 국내 PEF 스카이레이크에 61% 지분을 7000억원 가량에 넘기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됐으나 막판에 틀어졌다. 두산그룹은 그 이상의 값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가 오랫동안 협상을 진행해서 써낼 수 있는 최고가를 써낸 만큼, 글로벌 PEF라 해도 이보다 훨씬 높은 값을 써내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면 롯데그룹 같은 SI는 향후 사업 시너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PEF와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데, SI가 참여하지 않으면 가격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양극재 소재를 생산하는 롯데알미늄을 통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대형 인수합병(M&A)를 시도하기보다는 그룹의 유동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동박 등 생산업체 KCFT를 인수한 SKC도 IM을 받아갔지만 예비입찰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 매각 측은 거래 성사를 위해 글로벌 PEF 및 SI 10여곳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며 공을 들였다. 당초 실사 및 본입찰(7월)을 거쳐 8~9월께 신속하게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었다. 뚜렷한 SI가 나서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FI가 없을 경우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매각전이 장기화되거나, 스카이레이크와 협상을 재개해야 할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당초 두산솔루스 매각 대금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쓰려고 했으나 제때 매각이 되지 않으면 인프라코어 등 다른 자산을 시장에 내놔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한편 지난 주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있는 (주)두산의 유압기기 사업부 두산모트롤BG 매각전에도 국내외 PEF 3~4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트롤 매각전 역시 예비입찰을 하루에 끝내지 않고 이번 주까지 LOI를 받아주는 중이다. 따로 쇼트리스트(적격 인수후보군)를 발표하지 않고 일정 수준이 되는 인수후보로 분류되면 곧바로 실사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여러 인수후보가 나타나긴 했지만, 걸림돌도 드러났다. 일부 모트롤BG 인수후보는 군용 정밀 유압부품을 생산하는 방위사업 부문(매출 비중 약 15%)을 빼고 굴삭기 등 건설기계용 유압부품 부문만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투자자가 방산업을 하는 회사를 인수하려면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 확보가 까다롭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러한 인수 후보들의 요구를 두산그룹이 받아들일지가 매각 성공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상은/김채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