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 시대에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여행은 더 부담스럽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여행을 멈출 수는 없는 일. 배려하는 언택트(비대면) 여행,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여행이 일상화된다면 코로나19 시대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정 제주를 오붓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제주에는 섬 속의 섬이 있다. 그중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가는 섬은 천연기념물 마라도와 차귀도, 청보리 섬 가파도, 고요의 섬 비양도 등이다. 가파도는 원래 청보리가 활짝 피는 4~5월 초가 매력적이지만 신록이 물오르는 6월에는 한적하게 여행할 수 있다. 청보릿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천천히 걷다 보면 돌담길이 나온다. 1~2시간이면 섬 전체를 걸을 수 있다. 신석기 시대 고인돌이 135기나 있어 이를 살피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도는 자전거나 전기바이크를 타고 즐기는 명소가 됐다. 주요 관광 명소(검멀레 해변, 우도봉, 홍조단괴 해변, 하고수동 해변 등)에 내려 관광하고 우도 명물인 우도땅콩라테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 섬 마라도의 남북 최장 길이는 약 1.3㎞다. 다양한 해양생태계로 2000년에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3호)로 지정됐다. 초원 위에 세워진 작은 건물과 가을만 되면 장관인 억새 사이에서 사색에 잠기거나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말없이 걷기에 좋다.
올레길은 한때 연간 방문객 100만 명을 넘겼던 제주의 상징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걷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됐지만 지금은 언택트 여행의 한 테마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호젓하면서도 매력적인 풍경이 연속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제주올레는 21코스나 된다. 그중 가장 먼저 열린 시흥~광치기 올레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해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닿으면 성산일출봉과 우도, 조각보를 펼쳐놓은 듯한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일출은 성산일출봉 이상의 감동을 준다. 코스 끝에는 유려한 곡선의 백사장과 거친 파도가 일품인 광치기 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전체 거리는 14㎞이며 4~5시간 걸린다.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당오름길도 꼭 한 번 가볼 만하다. 제주 사람들이 영혼의 안식처로 부르는 본향당이 있는데, 1만1000여 신이 살고 있다는 제주의 심성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 섬 둘레를 따라 약 253㎞에 걸쳐 수많은 절경을 품은 해안도로가 이어져 있다. 김녕 녹산로 등 제주에는 다양한 드라이브 코스가 있지만 그중에서 종달리해안에서 세화까지의 드라이브 코스가 일경으로 꼽을 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해녀박물관, 철새도래지, 하도해수욕장 등 관광명소가 줄지어 있다. 마치 유럽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드라이브할 때마다 달라지는 바다의 색깔, 아기자기한 카페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종달~세화 드라이브 길은 해녀와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생개남돈짓당을 지나 엉불턱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던 곳이다.
해안도로를 접어들며 만나는 하얀 등대의 세화항과 옥빛 바다의 해수욕장 풍경, 우도 위로 솟는 일출의 장관과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소에서의 일몰은 이 해안도로의 매력. 어디서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그림엽서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다.
제주 여행이 아직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집에서 랜선으로 떠나는 제주 여행은 어떨까. 제주관광공사가 드론으로 촬영한 제주해안 시리즈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애월해안도로, 협재해안도로, 신창풍차해안도, 사계해안도로, 용머리해안도로, 박수기정 중문갯깍주상절리대, 섶섬 인근, 쇠소깍온평리 해안도로, 세화해안도로. 김녕해안도로 등 제주에서 빼어나다는 해안은 모두 담겨 있다.
3분 남짓의 영상이지만 풍광은 압도적이다. 제주의 바람·바다·새 소리 등의 오디오를 비롯해 자연의 풍광을 함께 노출하는 15초 이내의 영상도 마련했다. 애월 남도리 쉼터 새소리를 비롯해 산방산 인근 청보리밭 바람소리, 바닷가 파도소리 등을 들려준다. 비짓제주(visitjeju)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