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6월 29일)이 한 달도 안 남은 가운데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고용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 중인 중소기업 600곳을 조사한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신규 채용 축소’(44.0%), ‘감원’(14.8%) 등 58.8%가 고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코로나 쇼크로 큰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로선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 고용 축소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최저임금 ‘동결’ 의견이 80.8%로 지난해(69.0%)는 물론 2018년(48.2%), 2017년(36.3%)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잘 말해준다. 최저임금 ‘인하’ 요구도 7.3%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할 태세다. “코로나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어려워진 만큼 최저임금을 일정 수준 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노동계는 특히 올해 인상률(2.9%)이 지나치게 낮았다면서 내년 인상률은 최소한 이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시급 1만원’ 요구 역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 경제상황을 ‘전시(戰時)’로 규정했고, 일자리 유지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파격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업주가 해고 대신 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하거나 노사 간 ‘임금 감소, 고용 유지’에 합의하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고용 유지를 위한 이런 노력의 상당 부분은 허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33% 올랐다. 현재 시간당 8590원이지만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시간당 1만원’을 이미 넘었다. 지금은 노·사·정이 한발씩 물러나 양보해야 할 때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에는 누가 뭐래도 노동계 요구가 대폭 반영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는 노동계가 양보할 차례다. 최저임금의 ‘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후 처음으로 ‘동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