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구동 '개그콘서트' 연습실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범인이 KBS 공채 출신 개그맨으로 확인됐다.
2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영등포찰서를 찾아 자수한 '몰카' 설치 남성은 2018년 7월 KBS 공채 32기 20대 개그맨 A씨였다.
한 관계자는 "몰카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연구동 '개그콘서트' 연습실은 평소에 개그맨들만 이용이 가능하다"며 "외부인의 출입이 어렵기 때문에 내부인(개그맨)의 소행이라는 추측이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가 '자수한 몰카 설치범이 KBS 직원'이라고 보도하자 KBS는 공식 입장을 통해 "오보다"라며 "KBS는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대응 방침을 전했다.
KBS는 이어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니 유념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몰카범이 KBS 공채 개그맨으로 알려지며 네티즌들은 "KBS 공채 개그맨, 공채 아나운서, 공채 기자, 공채 PD, 공채 직원은 앞으로 KBS 직원이 아닌건가", "몰카 사건에 kbs '직원'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나. '직원'이 아니면 기분이 좀 나은가. 정정 보도도 아니고, 법적 조치라니", "계약직, 프리랜서직은 직원이 아닌가? 콧대높은 갑 인식에 놀랍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직원이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KBS 공채 개그맨이 되면 1년 동안 KBS와 전속 출연 계약을 맺는다. 신인 개그맨들은 KBS 2TV '개그콘서트'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고, 1년 기간이 만료된 후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 전속계약을 맺거나, 홀로 활동하는 형태다. KBS는 전속 출연 계약 만료 후부턴 공채 기수를 토대로 ‘프리랜서’ 개념으로 활동한다. KBS는 A씨에게 ‘KBS 희극인 6등급’을 부여하고, 해당 등급에 따른 출연료를 지급해왔다. A씨는 지난달에도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했다.
A 씨도 2018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된 후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몰카'는 KBS 소속 PD가 "연구동 여자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돼 있다"고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몰카가 설치된 연구동 건물은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KBS 개그맨들이 연습실과 회의실 사용하는 공간을 비롯해 각종 방송 관련 연구기관, 언론노조 사무실 등이 있다.
지난달 29일 한 KBS 소속 PD가 이 몰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가 접수된 날은 곧 장기 휴방(休放)에 들어갈 개그콘서트 출연진이 휴방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위해 모인 날이었다.
KBS 화장실 몰카 발견 폭로는 한 언론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공개됐다. 한 KBS 내부 직원이 "경찰이 출동했다"면서 사내에서 몰카가 발견된 사실을 공개하자 같은 KBS 직원은 "아직 팩트도 확인이 안됐는데 뭐 좋은 일이라고 이런 회사 내부 사정을 공개하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타 언론 관계자들은 "화장실 몰카 발견 자체만으로 팩트다"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최초 게시자는 자신의 글을 삭제했다.
익명을 요구한 개그콘서트 출연 개그우먼은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는 시점에 불미스러운 일까지 겹쳐서 많이 심란하고 다른 출연자들도 마음이 무겁다"고 심경을 전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다음은 KBS 공식 입장 전문.
<불법촬영기기 관련 조선일보 [단독] 기사는 사실이 아닙니다>
조선일보는 1일 밤 《[단독] KBS 화장실 몰카, 범인은 KBS 남자 직원이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용의자는 KBS에 근무하고 있는 남성 직원(사원)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오보입니다.
조선일보 기사와 관련해 KBS가 긴급히 경찰 측에 용의자의 직원(사원) 여부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직원(사원)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에 KBS는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오니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KBS 커뮤니케이션부-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