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최저가 강요' 요기요 갑질에 과징금 부과

입력 2020-06-02 15:18
수정 2020-06-02 15:20
배달앱 요기요가 플랫폼 입점 음식점에 '앱 주문 최저가'를 강요했다가 4억여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기요가 배달음식점에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요기요는 2013년 6월 26일 자사 앱을 통한 주문이 전화나 다른 배달앱으로 한 주문보다 비쌀 경우 차액의 300%, 최대 5000원까지 쿠폰으로 보상해주는 최저가 보장제를 시행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요기요는 SI(Sales Improvement)팀을 통해 음식점들의 최저가 보장제 준수 여부를 관리했다. 요기요 직원들은 최저가 보장제 '위반사례' 제보를 받았고, 직원이 일반 소비자로 가장해 음식점에 가격을 문의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요기요는 자체 모니터링(55곳)과 소비자 신고(87곳), 경쟁 음식점 신고(2곳)를 통해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최저가 보장제를 따르지 않은 음식점 144곳을 찾아냈다. 이후 위반 음식점에 요기요 주문 가격 인하, 다른 배달앱 가격 인상, 배달료 변경 등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은 음식점 43곳과는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요기요의 최저가 보장제 강요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배달음식점의 자유로운 가격 결정권을 제한함으로써 경영활동에 간섭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조홍선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배달음식점의 요기요 매출의존도가 14∼15% 정도이고 이를 잃지 않으려면 요기요와 거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요기요가 거래상 지위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인 배달앱이 가입 업체에 부당하게 경영 간섭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기요 과징금 건을 계기로 앞으로 각종 온라인 플랫폼의 가입 업체에 대한 거래상 지위가 인정돼 불공정행위 관련 제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달앱 업계 2위인 요기요는 1위 배달의민족과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소장은 "기업결합과는 전혀 별개의 사건"이라며 "기업결합 심사는 시장 지배력과 공동행위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고, 이번 건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본 것이기에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공정위 조사 시작 후 최저가 보장제를 즉시 중단하고 이후 3년간 공정위 조사와 심판 절차에도 성실히 임해 입장을 소명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의결서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신중하고 면밀한 논의를 통해 앞으로의 진행 절차를 결정하겠다"며 "많은 분의 의견을 청취해 (배달음식점) 사장님과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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