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클로징 딜 매년 10건’ 삼성증권 M&A팀 “거래는 자문사가 포기할 때 깨지는 것”

입력 2020-06-02 10:50
≪이 기사는 05월07일(06: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수합병(M&A) 시장마저 움츠러들었지만, 토종 증권사들 가운데 삼성증권이 최근 5000억원이 넘는 거래를 성사시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M&A팀은 올 1분기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부문 매각 거래(5305억원)에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의 카운터파트로 활약했다. 매그나칩 거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곳간 지키기에 돌입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출자에 참여해 이뤄진 거래라 '깜짝 딜'로 꼽힌다. JP모간이 매각 측을, 삼성증권은 인수 측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를 자문했다.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M&A 자문 분야에서 글로벌 투자은행과 회계법인에 치여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삼성증권의 선전 비결은 무엇일까.

◆"고객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다"… 2010년 이후 100여건 거래 성사

"거래는 자문사가 포기할 때 깨지는 겁니다."

김도영 삼성증권 M&A팀장은 삼성증권의 자문 성공 요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 이들의 끈질김은 2018년 금호타이어 매각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2017년 워크아웃이 개시된 금호타이어는 당초 채권단 보유지분(구주) 매각 방식으로 중국 더블스타타이어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 차이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삼성증권 M&A팀은 "이 상태로면 회사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금호그룹 측과 산업은행을 설득한 끝에 이듬해 신주 투자(유상증자) 방식으로 거래를 재추진했고, 결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증권 M&A팀은 신원정 IB부문장(전무)과 이상현 기업금융2본부장(상무), 김도영 M&A팀장(이사)을 중심으로 6명의 시니어들이 자문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증권 측은 "M&A를 비롯한 기업경영 자문은 고객과의 신뢰, 오랜 호흡이 핵심"이라면서 "(IB업계는 이직이 잦은 편이지만) 삼성증권은 시니어 6명 가운데 5명이나 10년 넘게 이곳에 몸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고객 중심의 전문인력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백승일 이사를 M&A 공동팀장으로 승진시켰다. 이같은 고객 중심 운영을 통해 삼성증권 M&A팀은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10건의 M&A를 종결해 현재까지 100여건을 성사시켰다.

◆섹터전문팀 운영·토탈솔루션 제공·로스차일드 협업 '3박자'

삼성증권 M&A팀는 ▲섹터전문팀 운용 ▲토탈솔루션 제공 ▲로스차일드와의 전략적 제휴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우선 삼성증권은 기업금융2본부 밑에 TMT팀(방송정보통신)이나 FIG팀(금융) 등 섹터별로 전담인력을 두고 있다. 각 산업의 전문성에 기반한 재무자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단순한 M&A 자문만이 아니라 투자금융 제공, 기업공개(IPO) 등 기업의 성장 전략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자문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증권사의 강점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M&A자문은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복합예술"이라면서 "IPO나 프리IPO뿐만 아니라 인수금융, 자본재조정 서비스까지 기업 고객에 토탈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삼성증권의 강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유럽계 글로벌 IB인 로스차일드와 맺은 전략적 제휴도 삼성증권이 실적을 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는 2007년 휠라코리아가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각각 매수자와 매도자 측 주관사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로스차일드 측은 당시 삼성증권 M&A 팀장이었던 신원정 부문장을 처음 만난 뒤 그 인연을 바탕으로 이듬해인 2008년 전격적으로 전략적 제휴 체결을 진행했다. 양측의 협업으로 클로징한 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거래)은 현재까지 11건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로스차일드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증권사인 중신증권과 베트남 호치민시티증권과도 제휴를 맺어 국내기업의 중국 및 베트남 투자 수요에 맞춰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