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내 개혁안, 정권 탈환 길 된다면 문지기라도 하겠다"

입력 2020-06-02 11:37
수정 2020-06-02 13:16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내가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기본소득제의 우파 버전과 계층이동사다리지수는 집권 시나리오의 하나”라며 “이런 것들이 당론으로 채택되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당사 문지기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서울 광진을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런 정책들이 정권 탈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꼭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광진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대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지역 주민과 울고 웃으면서 그분들의 고통스러운 생활을 피부로 실감했던 교감 덕분에 20여 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분들이 이번에 저를 굉장히 많이 지지해 줬다”고 했다. 이어 “그분들께 진 마음의 빚은 두고두고 갚을 것”이라며 “그분들의 힘든 삶은 내 패배에도 불구하고 큰 정치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이를 마음에 새기며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에 기본소득제 논의 시작과 계층이동사다리지수 복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실천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고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휩쓸고 간 뒤 예상되는 일자리 대량 소실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본소득제 논의를 시급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헬조선’이라고 얘기하는 근저에는 신분 상승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는 계층 고착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몇 년 전부터 주장하는 게 계층이동사다리지수 복원”이라며 “환경 평가와 같이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계층이동사다리가 튼튼하게 복원할 수 있는지 물어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정부가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이 화두를 통합당이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관련해선 “통합당이 연말까지 세비 30%를 반납하기로 했는데, 이 수준에 그칠게 아니라 중위 임금 정도를 받고, 운전사 딸린 승용차 대신 소형 전기차를 타며, 8~9명에 이르는 보좌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종인 비대위가 이런 나의 개혁안들을 받아들인다면 얼마든지 동참해 도와드릴 용의가 있다”고 했다.

차기 대선에 대해 “통합당 지지자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다음 대선은 물 건너갔다는 말씀을 한다”며 “하지만 불과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사정이 변변한 대선주자가 없는 등 우리와 같았는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성공했다. 우리도 당 개혁을 제대로 하면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선 “민주당 정부가 집권 때 강조한 게 가난한 분들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비참하다”며 “소득 최하위 계층의 일자리는 사라졌고 부동산 값 앙등으로 자산 격차가 벌어진데 대해 변명의 여지없이 매일 사과해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사상 유례없는 초고속 초고령사회 진입, 4차 산업혁명 등이 겹쳐 앞으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며 “노동 정책 대변화가 필요하지만 현 정부에선 노조가 정책 집행 중심에 서면서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엄청난 산업 지형 변화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정권에 다수 의석을 준 것일까’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 온다”고 말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인터뷰 상세 내용은 한경비즈니스 1279호 ‘주목 이 정치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