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최모씨(43)는 올해 들어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찾는 대신 로보어드바이저 자산 관리를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 투자 유형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추천해주고 시장에 위험 신호가 있을 때마다 곧바로 알람 메시지를 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클릭 몇 번만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즉시 바꿀 수 있는 기능 덕분에 손실을 회피한 경험이 생기면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믿음이 쌓이고 있다.
최씨는 “여러 종류의 상품에 원하는 만큼 손쉽게 분산 투자를 하고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억지로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등의 일이 없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수익률 방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펀드 사태 등으로 은행 PB센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시대 로보어드바이저 ‘각광’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이 상담사(advisor) 역할을 하는 디지털 자산 상담 관리 서비스다. AI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증시·경제지표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과거 PB 센터를 방문해야 받을 수 있던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간단하게 받을 수 있다. 투자 성향과 목적에 따라 상품을 다르게 구성할 수 있고, 원할 때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조정)도 가능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AI를 활용해 주가, 환율 등 각종 데이터를 종합하고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한다”며 “개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채권 및 부동산 유동화 상품 등도 분석할 수 있어 분산 투자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이용은 급증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의 ‘케이봇쌤’의 지난해 신규 가입 금액은 653억원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1분기 신규 가입금액만 1292억원에 달했다.
다른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일제히 가입 금액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니즈(수요)가 커졌다”며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언택트(비대면)’ 거래를 할 수 있는 것도 고객들에게 이점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변동성 장세에서도 강점 발휘
각 대형은행은 자사의 앱 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은행별 특징을 살펴보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게 좋다. 신한은행은 ‘쏠리치’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와 빅데이터 기반 예측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렇게 나온 ‘로보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는 투자 성향에 따라 4개 유형의 펀드로 분산 투자를 제안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1년 수익률은 약 4% 정도로 코로나19 영향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줬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의 ‘케이봇쌤’은 은행권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 서비스를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단순히 투자성향뿐 아니라 투자지역, 투자금액 및 기존 고객의 투자이력 등 다양한 변수를 활용해 3~7개의 추천 상품을 담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포트폴리오를 여러 개 선택할 수 있고 모든 포트폴리오에 대해 사후 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영업점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금융소비자를 위해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도 구현했다.
하나은행의 ‘하이로보’는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구현할 뿐 아니라 3개월 단위로 지속적인 리밸런싱을 제안한다. 펀드뿐 아니라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거래까지 지원한다. 하나은행에 보유 중인 모든 연금자산의 현황을 보여줘 은퇴설계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의 ‘우리로보알파’는 투자목적(은퇴, 교육, 결혼, 여행, 구매, 주택구입 등) 및 기간, 투자지역 등을 선택해 그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다. 현재 보유 중인 펀드가 적정하게 자산을 분배했는지 검토해주는 ‘펀드 리뷰’ 기능을 갖췄다. 또 추천한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 필요 정도를 ‘신호등’ 형태로 제공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