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플로우’ 등 국내 협업용 메신저가 사용자를 빠르게 끌어모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非)대면 업무방식이 일상화되면서 효율적으로 업무 현황을 공유하고 영상회의까지 할 수 있는 협업용 메신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국내 사용자에게 친숙한 사용자경험(UX)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의 강자와 경쟁하며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잔디 신규 가입자 79% 늘어
협업용 메신저는 채팅 기능에 일정 관리, 파일 공유, 영상회의 등의 기능을 추가한 서비스다. 카카오톡 등 일반 메신저에 비해 체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슬랙테크놀로지스의 ‘슬랙’ 등이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은 서비스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협업용 메신저가 주목받는 와중에도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대표 주자는 2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토스랩의 잔디다. 5월 신규 가입자는 지난 1월 대비 약 79% 증가했다. 최근 한양건설, 코스맥스, 넥센타이어 등 1000명 이상의 임직원을 보유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마드라스체크가 운영하는 플로우의 유료 고객사 수는 1일 기준 1000개를 돌파했다.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는 “작년 대비 유료 고객사 수가 여섯 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삼성SDS의 ‘넥스오피스’도 1200개 이상의 기업과 단체를 고객사로 끌어 모았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라인웍스’, NHN의 ‘두레이’도 성장세다. 라인웍스 사용자는 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증가했고, 두레이의 화상회의 사용량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월 이전에 비해 25배 이상 많아졌다.
“국내 사용자에게 서비스 특화”
국산 협업용 메신저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외산 솔루션 사이에서 사용자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국내 사용자에게 친숙한 사용자경험이다. 이들 서비스는 개발 및 업데이트 과정에서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을 써왔다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했다.
잔디는 국내 사용자들의 직장 문화에 어울리는 이모티콘도 제공한다. ‘확인 부탁드려요’ ‘넵!’ 등 직장인이 많이 쓰는 표현을 담았다. 토스랩 관계자는 “20대부터 60대 임원까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국내 사용자 친화형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이 모토”라며 “전 구성원이 서비스를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드백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 있는 개발자와 신속히 소통하며 문제를 개선하거나 필요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드라스체크 관계자는 “실시간 상담 채널을 통해 두 시간 내 신속한 응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워크’ 연내 출시
협업용 메신저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협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슬랙의 한국어판도 국내에서 곧 서비스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제휴를 통해 서비스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마드라스체크는 국내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업체인 알서포트와 협업해 그동안 요청 기업에만 제공한 영상회의 기능을 정식 서비스한다. 국내 시장에서 다져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마드라스체크는 플로우의 영문 버전 앱 ‘보라워크’를 이르면 이달 출시하고 미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63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잔디는 대만에서 구글플레이 기준 1위 협업용 메신저로 자리잡았다. 토스랩 관계자는 “신규 고객의 20%가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