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40개市 폭동…'분노 바이러스'에 경제 재개 멈췄다

입력 2020-06-01 17:35
수정 2020-08-30 05:07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강압행위로 흑인이 사망하면서 촉발된 유혈 폭력시위로 이제 막 ‘코로나 봉쇄령’에서 벗어난 미국 경제가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시위가 약탈·방화 등으로 번지고 주요 도시가 야간통행을 금지하면서 상가, 쇼핑몰, 레스토랑 등은 다시 매장을 폐쇄하거나 재개장을 미루고 있다.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 40곳 이상이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대규모 시위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막 시작된 경제활동 재개에 먹구름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형마트인 월마트, 타깃은 물론 나이키, 아디다스 매장과 소규모 상점 수백 곳이 폭력 시위를 피하거나 시위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문을 닫았다. 아디다스는 미국 내 모든 점포를 일시 폐쇄했다. 점포 10여 곳이 약탈로 이미 피해를 본 월마트는 수백 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타깃도 주말 동안 200개 이상의 매장을 폐쇄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요식업체도 지난 주말 시위가 발생한 도심 지역의 일부 매장을 폐쇄했다.

자영업자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선 일부 주류점과 식당 등이 피해 속에 방치돼 있다. 워싱턴DC에서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 매장을 운영하는 밥 그루얼은 “코로나19 사태로 폐쇄했다가 막 문을 열었는데 매장 창문이 박살 나는 등 약탈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진원 될 수도

블룸버그통신은 “시위가 140개 도시로 번지면서 코로나19 재창궐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지사는 “시위에 수천 명이 모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시위에는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흑인과 라티노 등 유색인종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중보건 관계자 등은 흑인 등의 시위 참여로 인해 몇 주 내 또 다른 코로나19 급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UC샌프란시스코의 전염병 전문가인 피터 친홍 교수는 “팬데믹과 경제적 불안정성, 그리고 시위 등 세 요소의 조합은 바이러스 전염을 폭발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통상 야외에선 전염 위험이 줄어들지만 시위 현장에선 계속 소리를 지르거나 구호를 외치기 때문에 침 등을 통한 전염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좌절감도 원인

시위가 번진 배경에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청년층과 저소득층, 유색인종 등의 좌절과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가 10만 명 이상의 목숨과 수백만 개 일자리를 앗아가면서 생긴 불안과 분노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터져나와 미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흑인, 라티노 등의 감염률은 다른 인종에 비해 높다. 미니애폴리스의 경우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중 흑인은 20%가 안 되지만 전체 감염자의 35%를 차지했다. 경제적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WSJ는 “코로나19 감염과 실직으로 소수 인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시위대 일부는 그런 상황에서도 집에 감금돼 있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고 부르면서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고 언급하는 등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 NYT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편가르기 정치’가 시위대를 자극해 폭력시위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