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입력 2020-06-01 18:15
수정 2020-06-02 00:23
“발밑만 보지 말고 눈을 들어 별을 보라. 호기심을 가져라.”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음성인식기를 통해 “물리학에는 표준모델이 있지만 인간은 모두 다르다. ‘표준’ 대신 ‘인간정신’이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해 큰 감동을 줬다.

‘최고의 혁신가’ ‘괴짜 기업인’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도 “우리의 그릇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꿈꾸는 것을 당장 시도하는 것, 그것이 혁신 비결”이라고 말했다. 또 “끝없는 자기혁신이 우리의 미래를 우주 저편까지 넓히게 해 준다”며 “꿈의 그릇을 키우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별을 향한 눈’을 뜨게 해 준 것은 어릴 때 읽은 우주모험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인 그는 하루 10시간씩 책에 빠져 상상의 나래를 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혼자 배우고, 모형 로켓을 쏘아 올리고,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남다른 착상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던 그는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뒤 더 대담한 꿈을 키웠다. 23세에 창립한 인터넷 회사 집투(Zip2)는 시작에 불과했다. 31세 때에는 대학시절부터 상상하던 ‘화성 여행’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사람들은 “무모하다”며 비웃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인수한 것도 화성 여행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는 우주선 발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고심하다 ‘로켓 재사용’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고, 마침내 그제 인류 최초로 민간 유인 우주선 시대를 여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숱한 난관이 있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미친 듯이 ‘미래과학의 판타지’를 현실로 바꾸는 일에 몰두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정신. 이는 ‘하늘’을 향한 호기심과 ‘꿈의 그릇’을 넓히는 과정에서 그가 체득한 것이었다.

아무나 그처럼 될 순 없지만, 누구나 원대한 꿈을 가질 순 있다. 오스카 와일드도 “우리 모두는 시궁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중 어떤 사람은 하늘의 별을 쳐다본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테마 또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